[김현아] 어려웠던 한해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12.26
[김현아] 어려웠던 한해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장마당에 마스크를 쓴 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연합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연말이면 사람들은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보곤 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추억하는 한해가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과 성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주민들이 체감하는 북한의 상황은 전해에 비해서 더 어려워졌습니다. 우선 의식주를 해결하기 더 힘들어졌습니다. 모든 물가의 기준이 되는 식량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시장 쌀값은 5000~6000원으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평균 1000원 즉 20% 올랐습니다. 달러의 상승으로 휘발유 값도 12,000원으로 올랐습니다. 북한당국의 시장통제로 시장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의 수입이 급감했습니다. 북한당국은 국가의 경제장악력을 늘리기 위해 시장에서 쌀 판매도 금지하고 국가기관의 간판을 내걸고 개인이 운영하던 판매와 서비스를 중지시키는 등 통제정책을 강화하면서, 그를 대신해줄 국가공급망, 상업망과 서비스망이 따라 세워주지 않아 주민들의 생계를 더 어렵게 했습니다.

 

한편 각종 국가건설을 위해 주민들에게 지원의 명목으로 자금과 물자, 노력동원을 강요해서 주민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요하고 있는, 어렵고 힘든 초소로의 자원진출도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생계가 어려운데 그보다 더 어려운, 낯선 지역으로 떠밀려 간 1만여 명의 청년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울지 뻔합니다.

 

북한당국은 올해 주민통제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였습니다. 남한 드라마를 유포했다고 해서 공개재판을 열고 사형까지 구형하는가 하면, 국경일대에서 주민통제를 위해 전파탐지를 강화하고 탈북을 시도한 주민들을 교화소와 정치범수용소에 보냈습니다. 간부들과 청년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겨울 백두산 답사도 고역입니다. 북한에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겨울에는 온 나라가 추위로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에 동기행군을 하려면 가는 곳마다 따뜻한 휴식장소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음식을 공급해야 하며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방한복과 신발을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백두산답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거의 자체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신문 방송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서 성과를 내세우면서절대적 힘을 지니고 세계의 선두에 선 존엄 있는 강국을 일떠세웠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수도에 건설된 송화거리와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함경남도에 세워진 연포온실농장과 농장주택지구를 집중 조명하면서사회주의문명의 별천지를 만들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성과는 전적으로 김정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의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어딘가 모르게 러시아와 비슷합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와 후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러시아 푸틴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나라를 파탄으로 끌고 가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3일 미국의 유명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직 러시아 고위 정보관을 포함한 전·현직 미·유럽 당국자들을 취재한데 기초하여 그 원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지난 22년간 러시아의 권력 구조가 푸틴이 듣고 싶은 정보만 전달되도록 설계되어 온 데다 점점 고립과 불신이 심해진 푸틴이 측근에 있는 강경한 참모들 말에만 의지하다 보니 전장을 잘 알지 못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권력구조 역시 김정은이 듣고 싶은 정보만 전달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생각을 거스르는 말을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김정은은 어려워진 나라형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올해에도 핵에만 집착하면서 북한의 전반적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북한 역시 체제와 지도자가 문제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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