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사상문화탄압법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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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채택되었습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 유포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를 굳건히 수호함으로써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더욱 강화하는데서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들을 규제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우리의 사상,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그것이 북한지도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모든 사상문화, 특히 남한의 사상문화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법은 민주주의국가의 법과 달리 주민들의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이 지켜야 할 행동준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도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칙을 제정함으로써 외부의 사상문화 접촉을 미연에 방지하고 그를 어겼을 경우 강하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북한지도부는 부르주아사상문화를 우리민족의 건전한 의식을 마비시키는 퇴폐적인 문화, 제국주의 침략의 길잡이 등으로 비난하면서 주민들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을 막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주민들은 세상의 사상과 문화와 단절되어 살아왔습니다. 북한의 경제파산, 통신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사상문화의 유입이 시작되었고 그러한 흐름은 날을 따라 거세졌습니다. 그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북한지도부는 결국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만들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독재국가가 주민들의 사상과 문화의 자유를 어떻게 가로막는가를 세상에 증명해보인 법입니다. 매 역사적 시대에는 주되는 사상문화조류가 있었고 당대 사회발전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사상문화도 바뀝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상문화를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층은 낡은 사상문화를 고집하며 새로운 사상문화를 지향하는 세력을 탄압합니다. 북한주민들이 알고 있는 중세 지구가 돈다고 주장해서 사람들을 사형한 종교재판 이야기나 일제시기 반일사상을 선전한다는 이유로 신문 방송을 폐간하고 공산주의 서적을 금지시킨 역사가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역사에 사상문화탄압사례는 무수히 많았지만 사상문화 배척만을 목적으로 만든 법은 어느 나라 어느 역사적 시대에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사상문화탄압을 하는 반동세력도 그것을 법으로 고착시켜놓으면 훗날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더욱이 지금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사이의 연계는 더 두말할 것도 없고 사람과 사물, 공간까지도 연결하여 산업구조와 사회체계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혁명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전 세계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입니다. 그리고 사이버 상에서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연결시키는가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적 힘이 결정되는 시대입니다. 인터넷은 국가, 인종, 지역을 넘어선지 오랩니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습득하는 것은 창의력을 키우는 데서는 물론이고 오늘 세계에서 생존과 발전을 위한 필수적 과정입니다.

북한은 지금 낙후한 국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선진국가대열에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주민 스스로의 힘과 지혜에 의거하여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해야 할 담당자인 북한주민들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보니 세계적 흐름을 읽을 수조차 없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법으로 이 난관을 타개하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통제된 힘이 수천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역사가 이미 확인해 주었습니다.

북한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북한고유의 사상과 정신, 문화를 지키는 법이라고 하지만 본질에 있어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한 사상 탄압법, 주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주민우매화법일 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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