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여성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
2023.12.18
얼마 전 북한에서는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열렸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참가하여 개회사와 폐회사를 하는 등 북한은 이 대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어머니들이 아이를 많이 낳아 훌륭하게 키워서 국가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은 인구 감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1.89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낮습니다. 북한의 출산율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2.4명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유엔경제사회국(DESA)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인구가 2033년에 2,661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꾸준히 줄어 2050년에는 2,2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구 감소는 주로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국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자식들을 인민군대에 보낸 여성들을 내세워주고 이를 장려한 것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최근 북한에서는 100만이 넘는 인민군대 병력을 보충할 수 없어 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사실 출산율 감소는 경제가 발전한 서방 국가에서 먼저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확대됩니다.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데서 가장 큰 부담으로 되는 것은 자녀 출산과 양육입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 자연히 출산율이 하락합니다. 국제 통계에 따르면 저개발국의 출산율은 5명 이상 중진국은 2~3명, 선진국은 1.5명 이하로,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은 저개발국이지만 출산율은 중진국만큼 낮습니다.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 이후 남성들이 직장에서 월급을 타고 배급표를 받아서 가족을 부양하던 제도가 여성들이 시장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남성은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무조건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성이 돈을 벌지 않으면 가족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대다수 여성들이 직장에서 사직했지만, 생계부양의 책임을 떠안은 여성들은 이전보다 아이를 적게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전된 나라에서 아이를 적게 낳는 다른 하나의 이유는 아이의 교육에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보다 먹일 식량을 보장하기 힘들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합니다. 또한 여성 의료서비스의 질도 문제입니다. 북한은 각 도마다 산원을 건설하고 여성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이는 평양에만 국한된 것입니다. 지방에는 의료시스템이 부실하여 임신 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여성이 거의 없습니다. 해산도 비용이 부담스러워 병원보다 집에서 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출생아 사망률은 1,000명당 15명으로, 국제 평균보다 3배가량 높습니다.
한편, 이번 어머니대회는 북한 지도부의 여성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국가에 바치는 것을 여성의 중요한 임무로 강조한 것은 여성의 역할을 가정과 사회의 재생산에 한정하는, 가부장적 질서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한 출산은 여성의 권리로, 국가는 그를 강제할 수 없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아 국가에 바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요구입니다.
북한에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여성들의 생계 부담을 덜어주고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며 여성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실질적인 대책은 외면한 채 어머니대회를 열고, 공산주의어머니영예상을 제정하고 수여하는 등 사상동원으로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