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편의봉사법은 주민통제법?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12.12
[김현아] 편의봉사법은 주민통제법? 평양 창광원 내 미용실 모습.
/AFP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에서 최근 편의봉사부문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열린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편의봉사법의 수정 보충안을 심의하고 관계된 정령을 채택했습니다. 이후 그 법 집행을 위해 전국적으로 편의봉사부문에 대한 검열 요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북한에서 국영 편의봉사 체계가 붕괴되면서 개인들이 각종 편의 봉사시설을 차리고 운영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북한에서는 2014년 편의봉사법을 제정할 때 국가가 운영하는 편의봉사와 함께 기관 단체의 편의봉사도 허용하였습니다. 기관, 기업소에서는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개인들과 입금 계약을 맺고 기관의 이름으로 편의봉사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는 편의봉사시설이 급속히 확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편의봉사법의 수정으로 이전에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오던 개인들의 편의봉사시설 운영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개인들은 편의봉사시설에 투자한 비용도 떼이고 일자리도 잃게 된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편의봉사시설의 사유화로 국가 편의봉사 체계가 엉망진창 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과 다릅니다. 국영 편의봉사시설의 장점은 서비스 이용요금이 매우 낮은 것입니다. 대신 서비스의 질은 형편없이 낮았습니다. 고난의 행군 초시기는 더 두말할 것도 없고 사회주의경제가 유일적으로 지배하던 1980년대에도 북한의 편의봉사수준은 매우 낙후했습니다. 이발소나 미용실도 많지 않았고 지방에서는 목욕탕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서비스의 질도 형편없이 낮았습니다. 국가는 주민들의 욕구를 소소한 부문까지 충족시킬 수 있게 계획, 운영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고정된 월급과 배급을 받는 상황에서 편의봉사시설 관리자들과 노동자들은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장화가 추진되면서 편의봉사시설이 빠르게 늘어났고 그 수준도 이전에 비할 바 없이 높아졌습니다. 석탄이 없어서 가동을 멈추었던 목욕탕이 개인들의 노력으로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고 목욕 뿐 아니라 사우나, 안마 등으로 서비스가 확장되었습니다. 음식점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탁구장, 수영장,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겨나고 서비스 수준도 비할 바 없이 높아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편의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주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돈 벌려는 욕구로 인해 결국 주민들의 수요가 충족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원리를 보지 않고 편의 봉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적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을 허용하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보장할 수 없고 따라서 결국 주민들이 불편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는 것은 편의봉사시설의 사유화로 인해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것입니다. 편의봉사시설을 개인이 운영하다 보니 직원 채용권한이 개인에게 있어 국가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경영활동도 개인이 하다 보니 국가계획 하달이나 경영활동에 대한 간섭이 불가능해 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지고 문화적으로 낙후한 북한이 핵을 만들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거리낌 없이 도발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이를 바로잡기 위해 칼을 빼든 것입니다.

 

주민편의가 아닌 주민통제에 목적을 둔 편의봉사법의 실행은 북한 지도부가 주창하고 있는 인민성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이현주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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