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정말 전쟁이 일어나나?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1.12.12
최근 북한에서 전쟁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고사령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가 나오고 이에 호응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도되고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9월 진행된 합동군사연습 기록영화가 매일 같이 반복 방영되고 있습니다. 지어 주민들 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말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환율의 영향으로 급상승하고 있는 쌀값이 더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요란하게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남한은 조용합니다. 11월 말 연평도 포격도발 1주년을 계기로 연평도 일대에서 육·해·공군 해병대의 합동기동훈련이 진행되었지만, 주민들 중에 합동기동훈련이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비난수위를 높이다 보니 그 소식이 뉴스에서 몇 번 언급되었을 뿐입니다.

사실 현재 남한은 물론 북한도 전쟁할 생각이 없습니다. 남한주민이나 경제인은 물론 정치인들도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전쟁으로 파괴되면 그 후과를 만회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6·25전쟁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러한 참극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주민들 속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도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전쟁은 국력의 대결입니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작게 잡아 1:25이고 많게 잡으면 1:50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맘먹고 보여준 합동군사훈련에 동원된 무기들은 너무 초라했습니다. 북한은 군사 기술적 열세를 전략적 우세나 정치 사상적 우세로 타승할 수 있다고 조국해방전쟁 때를 예로 들어가며 선전하지만, 그 때는 북한이 남한에 비해 경제 군사적 우위에 있었고 선제타격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소련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물론 오늘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파와 같은 불의의 타격은 가능하지만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북한지도부가 정권을 잃게 될, 지어 자기 목숨도 담보할 수 없는 전쟁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북한당국이 계속 전쟁열을 고취하고 있는 것은 우선 주민들을 단속하기 위해서입니다. 20여 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주민 생활은 너무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화폐개혁, 시장 통제를 비롯한 각종 통제정책은 주민들의 삶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2012년에 강성대국건설이 된다는 것을 누구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간부들도 이렇게 가면 전망이 없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과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론에 의하면 외부에 적이 존재하는 것은 내부의 단결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된다고 합니다. 전쟁설을 유포시키면 북한이 못사는 원인도 외부에 돌릴 수 있고 내부 규율을 강화하고 주민동원을 정당화할 수 있어 주민통제의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당국은 전쟁열을 고취하면 전쟁을 싫어하는 남한의 주민정서를 자극해 정부의 대북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타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핵무기 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자극해 국제사회의 지원도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은 늘 노래처럼 듣던 말이어서 전쟁이 당장 일어난다고 해도 꿈만 합니다. 또 북한이 전쟁소동을 벌이면 남한에서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아지고 지원을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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