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비현실적인 외화사용금지조치
2012.11.26
최근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외화사용을 금지하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외화 검열 그루빠가 조직되어 시장은 물론 열차와 도로 상에서 달러 탐지기까지 갖고 다니며 달러를 소유한 사람을 적발하여 전량을 몰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자국 돈이 아니라 외화가 유통된다는 것은 주체를 생명으로 하는 북한에서 허용될 수 없는 현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북한당국이 가장 증오하고 있는 나라인 미국의 달러가 북한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는 것은 당국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달러가 퍼지고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최고위급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김정일의 개인요리사로 일하다 탈출한 일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회고에 의하면 김정일은 1980년대에 비밀 파티를 열고 측근 간부들과 거기에 출연한 기쁨조 성원들에게 달러를 한 뭉치씩 선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지어는 프랑스와 유럽에까지 비행기를 띄어 달러를 주고 해산물, 과일, 남새, 술 지어 떡까지 사오게 했습니다. 물론 구입하러 가는 사람들에게는 구입비를 달러로 주었습니다. 김정은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고위급간부들의 집에 가보면 모든 가구나 생필품이 모두 외국제입니다. 높은 간부들은 뇌물을 받아도 외화로만 받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는 공식적으로 개인들에게 북한 돈 대신 달러를 바꾸어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은 밀수를 하거나 시장에서 번 돈을 암시장에서 바꾸는 방법으로 외화를 얻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통로를 불법이라고 막으면 주민들은 외화를 만져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외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북한의 경제가 파산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에 북한 돈의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국가가 다시 화폐개혁을 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습니다. 국가은행에 돈이 없으면 2009년처럼 화폐개혁을 단행해서 주민들의 돈을 몰수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번 돈을 외화로 바꾸어야 합니다.
장사를 하자고 해도 외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물건의 절대다수가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인데 외화가 없이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시장을 억제하고 외화를 국가수중에 집중시켜 부족한 외화를 보충하려고 외화사용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적 자존심 문제까지 겹치다보니 외화사용통제가 일층 강화되게 되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시장에서 외화가 통용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무조건 외화사용을 막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외화단속조치는 단속 그루빠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외화를 뺏긴 주민들이 항의할 수 없고 그에 대해 추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속원들은 빼앗은 외화를 국가에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소유로 만들고 있습니다. 외화사용 단속조치는 시장의 물가를 높이고 주민들의 불만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화를 단속한다고 외화사용이 중지될 수는 없습니다. 북한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국가는 계속 돈을 찍어서 월급을 지급함으로써 화폐가치를 계속 하락시킬 것이고 따라서 종잇장으로 변하는 북한화폐 대신 외화를 저축하려는 주민들의 욕구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거기다 2009년 화폐개혁과 같은 정책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외화선호도는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외화로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바로잡고 싶다면 강압적인 통제조치가 아니라 경제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