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선거로 말한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11.25

11월 24일 어제 홍콩에서 구의원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홍콩은 지난 99년동안 영국의 통치하에 있다가 1997년 중국에 이관되었습니다. 비록 영국의 식민지였다고 하지만 홍콩은 자치제를 실시하면서 민주주의정치제도를 구축했고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이룩했습니다. 중국은 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영국 식민지 시절 정치, 입법, 사법 체제를 반환 후 최소한 50년간 유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특별행정구를 설치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영구히 적용하지 않고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외교와 군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현재 홍콩에서는 행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가 6개월이나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법안’을 채택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홍콩 시민사회는 이 법이 채택되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 정치범의 중국 인도가 가능해져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홍콩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홍콩시민들은 6월 9일부터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홍콩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다가 시위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세계적으로 여론이 확산되자 9월 4일 범죄인 인도법을 공식 철회했습니다. 시위자들은 홍콩행정부가 중국당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므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홍콩행정부 장관을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뽑을 것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의원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하게 될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습니다. 투표소에서 선거하려고 기다리는 주민들의 끝없이 긴 행렬이 영상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졌습니다. 최종 투표율은 71.2%로 4년 전 구 의원 선거 때의 47%보다 1.5배 높아졌습니다. 선거는 홍콩 시민의 압도적 우승으로 판정 났습니다. 전번 선거에서는 327석을 친중파 진영에 속하는 인물들이 차지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반대로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는 민주진영이 385석을 차지했습니다.

지난시기 중국정부는 범죄인 인도법에 대해서도 중국과 홍콩은 하나이므로 당연히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콩시위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외세의 간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질서파괴, 폭력테러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홍콩행정부에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홍콩시민들이 중국의 사법체계를 신뢰하지 않으며 홍콩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홍콩행정부는 물론 중국정부도 홍콩주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출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선거를 통해 자기가 지지하는 대표에게 투표하는 방법으로 자기의 요구를 표현할 수도 있고 평화적 시위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은 것도 홍콩이 민주주의체제라서 가능했습니다.

중국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이 지났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시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홍콩시민은 중국의 정치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사실 더 부러워해야 하는 것은 홍콩주민들이 끝까지 지키려고 하는 민주주의입니다. 북한주민도 홍콩주민처럼 자기의 요구를 선거로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