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선거방법 변화의 의미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11.13
[김현아] 북한 선거방법 변화의 의미 북한은 오는 26일 실시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선전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이번 선거는 국가의 인민적 성격을 강화하고 지역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높은 정치적 열의와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에서 11 26일 진행되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7차 전원회의에서 대의원 선거법을 개정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선거법 개정 후 처음 실시하는 것으로, 선거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선거법의 윤곽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대의원자격심의회의에서 대의원 후보자를 2명 내세우고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1명의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후보자를 정하며, 후보자와 주민들의 상봉모임도 갖도록 하게 했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국민은 자기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그 정책 실행에 참가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인민이 다 정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을 대신해서 정치를 해줄 대리인을 선출하며, 그들이 자기를 뽑아준 주민들을 대표해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선거는 자신을 대신해 줄 대표자를 뽑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선거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의 표현일 뿐 아니라 주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통합하는 과정이므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왔습니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100% 참가 100% 찬성투표는 민주주의 선거에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선거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지, 얼마나 강압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는지를 국제사회에 스스로 알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북한에서 대의원 후보자를 2명씩 선정하고 그 중 한 명을 선출하는 방법으로 선거를 하다니, 북한주민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의원 후보자를 떨어뜨리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게 된 것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에서는 후보자를 단 1, 그것도 조선노동당만 추천했기 때문에 후보자 자격심사를 위한 주민회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북한에서 대의원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은 이전에 대표 1인에게 무조건 찬성을 표시해야 했던묻지 마 투표방식에 비하면 한걸음 전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방법도 진짜 선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 명의 후보자를 조선노동당에서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후보자 중 한 명을 뽑는 투표를 선거 당일 기본 투표가 아니라, 선거전에 진행하는 후보자 자격심사회의에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추천회의 참가자수를 100명으로 보장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하지만 100명이 선거구의 3만여 명 주민을 대표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선거를 하자면 후보자를 조선노동당에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등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투표를 통하여 등록한 후보자들 중 선거를 통해서 1명 선발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선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치인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그들이 바라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게 합니다. 당선된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미움을 사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선거법 개정은 김정은의 의해 결정된 것입니다. 북한 간부들 중 누구도 이러한 개정을 감히 주장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의도는 북한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정치제도를 만들려는 것보다는 북한 정치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대의원들이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잘 집행하도록 주민들이 감시, 통제하도록 하려는 데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선거는 북한 주민들이 대위원을 선출할 수도 있고 떨굴 수도 있는 자신의 정치적 힘을 경험해보게 만듭니다. 북한 당국도 그것이 두려워 본 투표보다는 사전자격 심사투표에서 실험해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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