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결핵은 먹지 못해 걸리는 병?
2022.10.31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공개한 ‘2021 세계 결핵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지난해 결핵환자 수는 전년도 보다 3천 명 증가한 13만 5천 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523명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은 16%였습니다. 북한은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 모두에서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가장 높은 30개 국가에 포함되었습니다.
지난 세기 결핵은 전염력과 사망률이 높은 질병으로 인류를 괴롭혀왔지만 오늘에 와서는 과학의 발전으로 강력하고 효과적인 항생제가 많이 개발되어 약을 정상적으로 복용하기만 하면 별 문제없이 완전히 완치될 수 있는 병이 되었습니다. 결핵의 원인은 결핵균에 의한 폐의 감염입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결핵을 잘 먹지 못해서, 영양상태가 약화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실제로 영양상태가 나빠져 결핵에 걸리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영양실조자가 급속히 증가했는데 영양실조 합병증으로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이 결핵과 간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결핵약을 써도 영양보충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결핵을 완치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결핵 발병률 통계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질병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입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 거의 없지만 결핵환자가 많습니다. 또한 남한에서 결핵환자의 대부분은 면역력이 제일 약한 노인들, 특히 70세 이상 연령대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결핵환자가 제일 많은 연령대가 35~55세까지입니다.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연령대에 결핵환자가 많은 것은 충분한 영양소를 흡수하지 못한 것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제때에 정확한 치료를 못하고 있는 것도 결핵환자가 줄지 않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북한에서는 병원마다 결핵과를 만들고 도, 시, 군마다 결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도 있지만 장비도 낡고 약도 부족해서 이름만 병원일 뿐 결핵환자를 격리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결핵 퇴치를 목적으로 유진벨재단이 조직되어 결핵치료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의약품을 보내고 직접 치료도 해줌으로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었지만 북한의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욱이 북한의 핵개발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고 북한이 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을 꺼려해서 결핵치료 지원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2년 북한은 결핵을 치료하기 위하여 47만 달러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중 북한 자체로 조달한 금액은 13% 그리고 국제사회의 원조로 3.8%를 확보했고 83%의 금액은 아직까지 조달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면서 중국을 통해 유입되던 의약품이 거의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통해 결핵 약을 해결하던 환자들이 약을 쓸 수 없게 되었고 식료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사람들의 영양상태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나빠졌습니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보고한 결핵환자 수는 정확한 숫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정권은 최근 들어 지도자의 인민적 사랑에 대한 선전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습니다. 발전된 나라들은 인민을 사랑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없지만 결핵환자가 매우 적습니다. 남한은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서 결핵 발병률이 제일 높은 나라에 속하지만 결핵 발병률은 10만 명당 49명으로 북한의 1/10, 사망률은 3.8%로, 북한의 1/4수준입니다.
북한의 결핵환자를 줄이려면 주민들이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도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