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보여주기식’ 북한 농촌주택 건설
2024.10.28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농촌지역 주택 건설이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 2021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새 시대 사회주의 농촌건설강령’ 그리고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사회주의농촌발전법의 과업을 집행하기 위한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 주택건설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와 올해 10월 현재 농촌지역에 6만 7천 800여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했으며, 올해 2월부터 10월 현재까지 당보에 실린 농촌살림집 입사소식만도 무려 130여 건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신문방송에서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집들이 현장을 이틀이 멀다 하며 내보내고 있습니다. 새로 일떠선 주택들을 보면 이전과 다르게 주택의 형식이 다양해진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이에 대해 평양 경루동 주택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고 자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서 1970년대 이후 40여 년 만에 시작된 농촌주택 건설이니 감격스러울 것입니다.
북한은 농촌주택 건설을 위해 100가지 건축도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로 되는 것은 3, 4층으로 된 다가구주택입니다. 김정은은 농촌주택건설에 대해 지시하면서 전기, 음료수 보장과 오수처리에 이르기까지 도시경영과 관련한 제반요소들을 모두 완벽하게 갖춘 이상적인 농촌문화도시를 건설하라고 했지만 실정은 다릅니다.
북한은 평양도 전기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외진 농촌마을은 농사철인 봄과 가을 한두 달만 전기를 몇 시간씩 보내줄 뿐이므로 1년 내내 거의 깜깜한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태양광시설을 설치해서 조명용 전기를 해결하는 가구도 있지만 아직 매우 적습니다. 전기가 없다 보니 수도를 설치해 놓아도 물을 보내지 못합니다. 전기가 없는 농촌에서 물을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도는 자체로 지하수를 뽑아 쓰는 수동 펌프식 수도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서해안 바닷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하수가 풍부해 관을 좀 깊이 박으면 물이 나오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형식으로 집을 지으면 2층부터는 물을 손으로 길어 올려야 합니다.
하수도도 문제입니다. 북한의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웅덩이를 파서 자연적으로 물이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하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파트를 지어 놓으면 하수를 처리하는 공동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시설을 만들면 그를 정상적으로 비워주는 오물차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는 그런 차가 없습니다. 난방도 남한처럼 기름보일러를 돌려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 나무, 볏짚을 때야 하는데 그것을 3~4층으로 지고 나르는 것도 힘들고 나무나 볏짚은 부피가 커서 보관할 창고도 문제입니다.
북한의 농촌지역 주민들은 텃밭을 필수로 합니다. 텃밭이 있어야 채소를 심어 먹을 수도 있고 옥수수나 감자를 심어 보릿고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주택지구에서 떨어진 곳에 텃밭을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텃밭은 도적때문에 있으나 마나입니다. 어느 마을에는 공동축사를 짓게 해주었다고 하는데 집안에서 기르는 돼지도 훔쳐가는 상황에서 공동축사의 운영이 가능할지 문제입니다.
도시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아파트를 건설할 수밖에 없지만 농촌은 주택부지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층주택을 짓는 이유는 보기 좋다는 것 외에는 찾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지금까지 건설한 농촌주택 8만여 세대는 많은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북한의 농촌인구는 1300만 명으로, 4인가구로 보면 320만 채의 주택이 필요합니다. 모든 주택을 새로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200만 채는 새로 지어야 할 것이니 이제 4%를 지은 셈입니다. 농촌주택은 대부분 지역 주민들로부터 자재를 걷고 노력을 동원하여 건설합니다. 주민들이 힘들게 짓는 농촌주택이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택으로 건설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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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