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결핵으로 본 북한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1.10.24
지난 12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의 ‘2011 세계결핵통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 인구 10만 명당 345명꼴로 결핵에 걸렸다고 합니다. 북한의 결핵 발병률은 동티모르, 미얀마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높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의 결핵발병률은 10만 명당 350명에 달합니다. 북한의 결핵발병률은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과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결핵근절부서의 헤일이서스 제타운 박사는 지난해 북한 내 8만4000여 명의 결핵 환자 가운데 1만5000 명은 치료를 받고난 뒤에도 병이 재발해 재발비율이 18%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결핵치료 성공률은 83% 정도로 높지만 사후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 의료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이 불규칙한 것이 결핵 근절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결핵발병률이나 재발비율이 높은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 부족 탓이 아닙니다. 북한주민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서 결핵에 걸립니다. 북한에서 결핵환자의 상당수는 악성결핵이 아닌 일반결핵, 즉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약만 제대로 먹으면 대다수 완치될 수 있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핵약만 제대로 쓰면 회복이 빠릅니다. 그러나 퇴치된 이후에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다 보니 다시 발병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결핵 발병률이 낮아질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가 결핵퇴치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 양에 제한이 있는 데다 북한당국의 변덕으로 그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상당수 북한주민들은 결핵에 걸려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은 일반주민들도 먹을 것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병에 걸린 환자에게 특별히 영양을 보충해주고 거기다 비싼 약까지 장기간 보장해야 하는 결핵 치료는 주민들에게 있어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난시기 북한은 병에 걸려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불쌍한 자본주의나라의 근로자들에 대해 많이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북한이 그러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반대로 자본주의나라에서는 결핵환자가 급속히 감소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결핵발병률은 10만 명 당 4명, 일본은 22명입니다. 남한의 결핵 발병률은 10만 명당 90명으로 북한의 1/4 이지만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볼 때 결핵환자가 너무 많아 수치라고 하면서 국가는 결핵 무상검진, 약값의 국가부담,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생계비지급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회주의무상치료제의 우월성을 자랑하면서 실질적인 결핵퇴치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결핵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이 35%로 대단히 많고, 기생충·원충 감염(13%)과 영양결핍 등 각종 질병으로 인해 북한주민들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주민의 평균수명은 68세로, 남한의 80세에 비해 12살이나 적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키는 남한의 청소년들에 비해 10cm 넘게 작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약이나 식량이 아닌 핵과 미사일 생산, 사치품 수입에 돈을 퍼부으면서 주민들에게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식 사회주의가 누구를 위한 사회주의인지 다시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