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공상적 사회주의
2022.10.10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광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자”는 구호가 거리에 전시되고, 노동신문에도 ‘김정은의 혁명사상’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주의’라는 말이 나온 것은 1974년입니다. 당시 김정일은 김일성의 사상으로 선전해오던 주체사상을 체계화해서 ‘김일성주의’로 정식화했습니다. 그리고 “선대 수령의 혁명사상을 정식화하는 것은 수령의 후계자로서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후 군사독재정치로 이행했고 그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을 ‘선군사상’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김정은이 등장한 후 북한은 선군사상을 ‘김정일주의’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조선노동당의 지도사상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된 것입니다.
김정은이 권력의 정상에 등극한지 10여 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김정은의 사상을 규정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김정은의 사상을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에 관한 노선’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은 모든 사회성원들의 혁명화, 기술 경제력의 고도화, 사회전반의 문명화입니다. 특히 사상, 도덕적 면에서는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는 공산주의적 미덕과 미풍이 확립된 사회를 건설하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질에 있어서 김일성 때부터 내려오던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입니다.
하지만 이전과 차이점은 목표의 수준이 이전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기술 경제력의 고도화, 사회전반의 문명화란 경제와 문화 수준을 세계적인 발전에 따라 세운다는 뜻입니다. 나라의 경제력과 문화수준을 제고하려는 것은 모든 국가의 공통된 지향입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발전은 국가가 어떤 노선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크게 차이 납니다. 그러므로 국가의 정책에서 핵심은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 노선에서 제시한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해왔던 대로 주민들의 사상과 집단주의기풍과 공산주의 미덕, 미풍과 같은 도덕 감정을 발동하여 국가발전을 추동한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사회주의자 엥겔스는 1880년 발표한 논문 ‘공상적 사회주의와 과학적 사회주의’에서 생 시몽, 푸리에, 오엔의 사회주의를 ‘공상적 사회주의’로 규정했습니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당시 가장 절실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던,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 차이의 근원을 ‘도덕 감정’에서 찾았고 노동자들의 불행의 근본 원인을 ‘무지’로 보았습니다. 그들은 환경이 인간의 모든 미덕과 악덕을 결정한다고 보았으며, 행복을 제약하는 노동자들의 무지는 계몽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사람들의 도덕 감정 개선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바꾸는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이론대로 러시아에서는 정권을 교체하고 사적소유도 철폐했습니다. 그 결과 혁명 초기 소련은 경제문화발전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이에 고무되어 동유럽과 중국 북한을 비롯한, 적지 않은 나라들은 사회주의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사회주의제도의 불합리성이 발로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주의 정권은 특정한 상층부의 정권으로, 국가소유는 ‘국가독점적 소유’로 변했습니다. 주민들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경제발전 속도가 느려졌으며 사람들의 물질생활은 더욱 빈곤해 졌습니다. 사람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사회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자본주의가 더 낫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그리고 중국, 베트남 모두 체제를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이 나라들은 급속한 사회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만은 여전히 사회제도의 변화를 외면하고 주민들의 사상과 도덕을 개조하는 방법으로 발전을 이룩하려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북한의 발전 정책이 19세기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범했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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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