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독일통일의 교훈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1.10.03
10월 2일은 독일이 통일된 날입니다. 1990년 우리와 처지가 많이 비슷했던 독일에서의 통일은 남한에는 통일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북한에는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독일의 통일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달라서, 남한은 독일통일을 매우 긍정적으로, 북한은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독일의 통일은 서독에 의한 동독의 흡수통일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서독주민이 아니라 동독주민들의 요구였습니다. 당시 동독주민들은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여행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여 대규모 시위에 떨쳐나섰습니다. 동독공산당은 해산되었고 당수였던 호네케르는 실각했으며 동서독 분열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동독주민들은 물밀듯이 서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독일의 사회적 혼란이 급증했습니다. 동독주민의 통일에 대한 요구도 급증했습니다. 서독정부는 단계적으로 통합하려는 안을 가지고 있었으나 통일을 더는 뒤로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누구도 예견치 못했던 통일이 급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독일통일 20여년이 지난 오늘 독일주민의 절대다수는 통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이후 8천여만명의 인구와 35만여 평방킬로미터의 영토, 세계 4위의 경제력을 가진 유럽최대의 국가로 되었습니다.

통일직후 동독경제는 서독의 1/4 수준이었습니다. 때문에 서독주민들은 동독의 발전을 위해 많은 추가적 부담을 져야 했습니다. 동독주민들도 국가의 명령과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지만 연로보장 나이는 이르지 않은, 45세부터 65세 사람들이 가장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들은 적지 않은 나이에 새 기술을 배우고 일터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오늘, 새로 자라난 세대는 분단의 기억이 없습니다. 현재 동독은 서독의 80%수준에 올라섰고 동유럽의 이전 사회주의국가들 가운데 가장 발전되고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시기 통일을 민족최대의 숙원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겉으로는 통일을 희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특권적 권력을 잃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먹고살기 너무 힘든 북한주민들은 전쟁이라도 일어나 이러한 희망 없는 생활이 끝장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주민들은 흡수통일이든 점진적 통일이든 관계가 없습니다.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는 생활이 훨씬 낳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언제 올지 누구도 모릅니다. 북한당국은 남한이 흡수통일을 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 급작스런 통일은 북한보다 남한에 더 부담스럽습니다. 까마득히 뒤떨어진 북한경제를 추켜세우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자되어야 하고 그 부담의 상당수를 남한이 감당해야 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해서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점차적으로 단계별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남한이 가장 바라는 이상적인 통일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북한지도부가 개혁개방을 한사코 부정하고 폐쇄정책과 주민통제를 계속 강화하면 어느 순간에 북한이 풀썩 주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주민들이 남한처럼 잘 살아보자고 통일을 요구하면 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남한은 점차적 통일과 급작스러운 통일에 모두 다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주민도 <한라산마루에 공화국기를 꽂자!>는 식의 비현실적인 사고를 버리고 현실에 발붙이고 통일에 대비하는 것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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