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2등 한 북한사격선수들의 걱정

서울-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10.02
[김현아] 2등 한 북한사격선수들의 걱정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사격 10m 러닝타깃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정유진과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함께 기념촬영할 것을 요청했지만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 선수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연합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9 23일부터 10 8일까지 제19차 아시아경기대회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180여명의 선수단을 보내는 등 경기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지난해 연말까지 국제대회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올해 징계가 해제돼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무대에 복귀한 것입니다.

 

남북이 오래간만에 함께 경기에 참가하지만 2018년 동계올림픽때와는 너무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25일 유도 경기에서 남한의 강헌철과 북한의 김철광이 맞붙어 북한이 이겼습니다. 유도에서는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악수를 한 뒤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퇴장하는데, 보통 패자보다 승자가 먼저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인사합니다. 남한선수는 주심의 승패 선언 이후 먼저 북한선수에게 악수를 하러 다가갔으나 북한선수는 이를 거부하고 나갔습니다. 예절을 중시하는 유도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더구나 김철광은 과거 한국 선수들과 남북 단일팀으로 뛴 경험도 있었습니다.

 

특히 10m 움직이는 목표 사격 단체전에서 남북은 최종점수는 같았으나 10.5점 이상을 명중시킨 숫자가 남한이 10개 더 많아 1위로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북한선수들이 보인 행동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로이터통신은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북한 사격 대표팀이 메달을 딴 선수들과 찍는 단체 사진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촬영하는 것을 거부했다. 우승자인 한국의 애국가 제창 때는 국기를 향해 서는 것도 거부하며 전통을 깼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선수들이 보이는 비상식적인 행동은 그들이 아닌 북한지도부의 선택일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선수들이 외국에 나갈 때 사상무장부터 시킵니다. 외국에 가서 당과 수령, 조국의 명예를 어떻게 고수할 것인지, 어떤 행동을 하면 안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귀국 후에는 그에 대해 며칠~몇달 사상검토를 받습니다. 이번에 북한선수단이 받은 주되는 주의사항은 남한사람과 만나지 말 것이며 할 수 없이 만나는 경우에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을 대하는 태도로 임하라고 교육받았을 것입니다.

 

이번에 사격경기에서 3등을 한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밝게 웃었지만 2등을 한 북한 선수들의 표정은 매우 침울했고 심지어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시기 1등을 하던 종목이어서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근심스러운 것은 북한에 돌아가서 받아야 할 사상검토일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경기를 즐기는 마당이 아니라 전투장으로 간주합니다. 특히 전투력의 상징이라 여기는 사격경기는 그러한 성격이 더 강합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 사격에 출전하여 북한이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은 딴 리호준은 경기를 마친 뒤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원수(怨讐)의 심장을 겨누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선수단은 공식적으로 사죄를 해서 겨우 넘어갔지만 귀국한 이후 그가 한말은미제의 가슴에 총탄을 박는 마음으로로 가공되어 영웅담으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북한선수들은 귀국하면 성적이 좋은 선수들은 평가를 받지만 성적이 나쁘면 비판을 받고 혁명화 대상이 되어 힘든 생산현장에 가서 노동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1966년 북한축구선수단이 런던올림픽경기에서 8강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세워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귀국 후 모두 혁명화 대상이 되어 처벌받은 이야기는 옛말처럼 전해오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이나 아시아올림픽의 순위는 대체로 국가의 GDP에 비례합니다. 2019년 북한의 총 GDP는 아시아 47개 국가 중 31, 1인당 국민소득은 40위였지만 2018년 아시아경기에서 종합 10위에 올랐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성적이 낮다고 국가가 나서서 비판하고 처벌하는 곳은 북한이 유일합니다. 1등만이 아니라 2등이나 3등의 성적도 훌륭한 것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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