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평양의 전기 철조망 장벽
2023.09.25
북한에서 주민들의 평양시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시의 경계에 고압 전기선을 설치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평양시 부근, 인적이 드물어 지방 주민의 불법 출입 통로가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3,300V 고압선과 변전 설비, 동화상 감시카메라 등 설치를 2025년까지 끝내라는 지시가 하달되었고 실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되었습니다. 설치를 위해 7M의 콘크리트 기둥을 수송하고 있다고 하니 전기 고압선의 높이는 6M는 될 것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나진선봉지구를 경제특구로 만들면서 주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 고압 전기선, 통나무 울타리 등 3중으로 지역을 봉쇄했습니다. 통제지역인 나진선봉의 중국 상품값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에 상품을 가져다 팔면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먹고 사는 것이 전쟁이었던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을 넘었습니다. 자주 정전이 되다 보니 기회를 엿보다가 전기가 흐르지 않을 때 애자를 밟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기가 흐르면 감전되어 사망하는 사람들이 사흘이 멀다 하게 생기곤 했습니다.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나던 시기라 그들의 죽음은 가족에게 통지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죽음의 고압 전기선을 평양 주변에 설치하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이동의 자유가 없습니다. 북한 헌법 제75조는 ‘공민은 거주, 여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통행증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오갈 수 없습니다. 통행증 발급 절차도 매우 복잡해서 기관장의 승인 뿐 아니라 보위부, 안전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합니다. 특히 평양이나 국경 지역, 분계선 지역은 사전에 승인번호를 받아야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승인 번호를 받을 수 없는 주민들이 통행증 없이 산을 타고 평양으로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군대 초소를 보강하고 단속통제를 철저히 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부족해 고압 전기선까지 늘리려는 것입니다.
국경이나 분계선 지역의 철조망은 주민들이 중국이나 남한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지만 평양 철조망은 수령의 신변보위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세계에서 김정은만큼 철통 호위를 받는 지도자는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호위를 맡는 부대의 규모는 대단합니다. 북한은 김정은 근접 호위는 물론 무력부의 군사 쿠데타까지 염두에 두고 평양 경비와 평양 방어를 모두 호위국이 맡고 있습니다. 호위국의 병력과 무장 장비는 같은 급 인민군의 병력과 무장 장비보다 1.5~2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금년 7.27 열병식에서는 당중앙위원회 호위처, 국무위원회 경위국과 같은 김정은 근접 호위 부대 그리고 호위국, 호위사령부 등 다음 선에서 김정은을 지키는 부대들이 선두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수령을 강철의 령장, 무비의 담력과 배짱을 가진 인물로 칭송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해외 순방 시 기차만을 고집하는 것은 암살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의 베트남 하노이 방문 때에는 경호원들이 승용차를 둘러싸고 달리기를 해서 ‘인간방패’ 경호로 소문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의 강박에 가까운 경호는 누가 언제 들이닥칠지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경호의 상대는 북한 주민입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세뇌와 통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두려워 평양시를 고압전기선으로 둘러싸야 마음이 놓일 정도라면 지도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고압 전기 철조망 설치를 지시하다니, 북한이 외우는 “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사랑”도 역시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