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국뽕’
2022.09.12
북한에서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을 맞으며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띄우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의에 의하면 ‘우리 국가제일주의’란 “사회주의조국의 위대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며 나라의 전반적 국력을 최고의 높이에 올려 세우려는 강렬한 의지”입니다.
북한에서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어원은 1980년대 말 김정일이 내놓은 ‘조선민족 제일주의’입니다.
‘조선민족 제일주의’는 ‘우리 수령제일주의’, ‘우리 당제일주의’, ‘주체사상 제일주의’,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 제일주의’로 구성되었으며 거기에서 핵심은 ‘수령 제일주의’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등장하면서부터 ‘수령 제일주의’보다 ‘국가 제일주의’를 더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조선민족 제일주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국기를 강조하고 행사 때도 수령 칭송곡 대신 애국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창립일인 9.9절을 크게 쇠도록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수령국가란 1인 독재국가를 의미한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상 그 어디에도 수령국가를 주장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외국에서 성장한 북한지도자는 ‘수령 제일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령 제일주의’대신 ‘국가 제일주의’를 들고 나오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수령 제일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곧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조선 제일주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국뽕’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뽕’이란 자기 나라에 대한 환상에 도취되어 현실을 보지 않고 맹목적으로 자기국가를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단어입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로, 무언가에 기분 좋게 취해 즐기는 상태를 나타낼 때 소위 ‘뽕 맞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특히 청년들은 자기 국가지만 부풀려서 내세우고 자랑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교통과 통신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남한주민들은 자기나라는 물론 세계를 자기 앞마당처럼 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한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형편을 너무 잘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새것에 민감한 청년들은 세계의 현황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여행, 인터넷 등을 통하여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국적을 초월한 사람들 간의 연계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자기 나라만 잘났다고 내세우는 것이 유치하고 부끄럽게 생각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남한청년들의 시각으로 보면 가장 심각한 ‘국뽕’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아직까지 1인 독재체제가 남아 있고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이며 경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들에 속합니다. 부르주아 사상문화의 침투를 막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세계문명과 접할 기회를 완전히 차단하고 다른 나라의 노래나 영상물을 청취하면 교화소에 가야하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북한당국도 주로 핵무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세계 그 누구도 북한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무기보유에 대해 모두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은 세계평화를 해치는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청년들이 남한처럼 외국에 마음대로 나갈 수 있고 인터넷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국가가 강요하는 우리 국가 제일주의가 ‘국뽕’임을 순간에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가제일주의’ 구호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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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