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에서 2,100마리 소를 도축했다고?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3.09.11
[김현아] 북한에서 2,100마리 소를 도축했다고? 북한 운곡지구 목축장의 소들.
/REUTERS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 당국은 8 30, 조선인민군 특별군사재판소의 주도 하에 양강도 혜산비행장에서 '공개폭로모임'을 열었습니다. 당일 도당위원회는장마당은 휴장하고 공장, 기업소 종업원과 협동농장 농장원, 각 인민반에서 17세부터 60세까지 걸을 수 있는 주민은 모두 참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공개폭로모임에서는 불법적으로 소고기를 유통한 죄인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었고 9명에게 사형, 14명에게 무기징역 및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구형되었습니다. 그 후 2 5천여 명의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여기에 참가한 혜산 주민들은 1999년 양강도를 휩쓸었던 대숙청의 공포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1999년 조선인민군 보위사령부는 양강도에 대한 특별 검열을 진행하고 19명 공개처형, 비공개처형 및 타살 20여 명, 60여 명의 간부들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냈습니다. 또한 600 여 명에게 징역형을 부과했고 800여 명을 산간오지와 탄광, 광산으로 추방했습니다. 이번 공개처형은 군인들과 안전원들이 3미터 간격으로 둘러싼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주민들은 90년대보다 더한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피를 튀기며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지난 기간 국제사회는 북한 내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북한의 인권개선 노력을 촉구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데 대해 시종일관 부인해 왔습니다. 북한당국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으로 일축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혜산에서의 공개처형은 북한에서 여전히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주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무려 2,100마리의 소를 도축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소고기가 귀한 곳입니다. 북한에서 소는 부림소로 쓰일 뿐 식용으로 키우는 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부림소를 승인 없이 잡아먹고 사형당하는 사람들을 보아온 주민들로서는 2,100마리 소를 식용으로 도축한 것은 마땅히 사형감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권침해라니,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한 개 군이 보유한 소가 기껏해야 500여 마리인 양강도에서는 12개 군의 소를 다 합쳐도 6,000마리 밖에 안됩니다. 2,100마리라면 도내에 있는 소의 1/3을 도축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도록 당과 행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그들이 도축한 소는 구제역에 걸린 400여 마리의 소이고 나머지는 양, 염소, 돼지였는데 이것을 모두 소로 둔갑시켜 죄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붙들린 사람들은 자기들의 죄가 날조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국제 자유권협약에서 제정하고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사람을 부르거나 불리한 증인을 스스로 심문할 수 있는 권리와 같은 초보적인 법적 권리가 없습니다.

 

국제 자유권협약에 의하면 사형이 선고된 사람에게는 특사나 감형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는 사형이 그 즉시에 집행되었기 때문에 재심을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도 인권을 가지며 존엄 있게 죽을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공개처형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 시기 군부까지 내세워 공개처형과 같은 폭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가까스로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이번에도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조선인민군재판소가 일반 주민을 재판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동요가 두려워 군인과 안전원들이 주민들을 포위한 속에서 공개처형을 진행한 것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볼 수 없었던 현상입니다. 북한에서 폭압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확인해줄 뿐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