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건설이 사상사업?
2024.09.02
8월 31일 노동신문에 ‘건설은 그 자체가 중요한 사상사업’이라는 논설이 실렸습니다. 논설에서는 “건설은 주민들에게 우리식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새겨주는 사상 사업이고, 주민들에게 국가의 저력과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는 정치 사업이며, 혁명적인 문화 창조의 기준을 깨우쳐주는 교양사업”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건설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에 들어선 이후 국가적인 건설사업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평양의 창전거리를 시작으로 건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10년의 성과를 홍보하는 다큐나 신문 방송에서도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로 꼽는 것이 건설이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서도 북한에서 최우선으로 밀고 나가는 경제과업은 건설입니다. 북한은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시멘트 800만 톤 생산과 평양과 검덕지구에 살림집 7만 5천 세대 건설만 숫자를 밝혔습니다. 이후 매년 평양에 1만 세대씩 5개년 계획기간 동안 5만 세대의 주택건설을 목표로 전국이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금년부터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내놓고 지방산업공장 건설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건설은 북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산업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설은 고용을 늘리고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며, 인프라가 발전하고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어 경제성장과 발전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건설은 다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건설이 시장의 요구에 의해 진행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건설의 기획, 필요한 재정 투입 등이 다 국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북한의 건설은 과도한 투자로 인한 자원낭비, 부채증가를 가져옴으로써 국가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에 주택이 매우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누구나 훌륭한 집에서 살면 좋아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주택건설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경제상황에서는 5만 세대의 아파트 건설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건설된 아파트에 전기와 물, 냉난방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나 물, 냉난방이 정상적으로 보장 안되고 승강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70층 아파트에서 생활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전국이 달라붙어 추진하고 있는 지방산업공장도 건설보다는 운영이 문제입니다. 특히 전기가 없어 공장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무리하게 건설에 치중하는 것은 건설을 경제보다는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멋있게 만들어 놓으면 북한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게 할 수도 있고 외국인들에게 북한이 잘사는 문명국가라는 인식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범단지만 벗어나면 가난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얼마 전 청년절을 맞으며 간부들이 찾아간 천막의 상황이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간부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천막 내부를 규모 있게 정돈해 놓았지만, 남한사람들은 “선풍기, 에어컨이 없고 심지어 전등조차 보이지 않아 이 무더운 날씨에 어떻게 저 안에서 사느냐”라며 기막혀 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택도 좋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일을 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그러자면 공장 기업소의 생산을 정상화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체로도 돈을 벌 수 있도록 시장을 허용해야 합니다.
국가가 우선 투자해야 하는 곳은 주택이나 유희장이 아니라 에너지 분야입니다. 발전소 설비와 송전시설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자랑하는데 원자력발전소는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폐기하고 대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서 마음껏 전기를 쓸 수 있게 한다면 얼마나 주민들이 좋아하겠습니까? 집을 받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전기는 모든 주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 정치적 효과가 매우 클 것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