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반복되는 역사: DMZ의 콘크리트 장벽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8.26
[김현아] 반복되는 역사: DMZ의 콘크리트 장벽 지난 6월 전선지역에서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 중인 북한군.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8월 들어 북한은 6월부터 시작한 고성군일대의 군사분계선 콘크리트장벽 건설을 끝냈습니다. 고성군 군사분계선 지역의 1.2Km 구간에 2~3m의 높이로 설치된 하얀 콘크리트 장벽이 찍힌 사진이 TV와 방송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러한 장벽을 군사분계선 248 전 지역에 걸쳐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장벽을 설0치한 것은 군사적인 것보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를 구실로 북중 국경일대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구축하여 철조망을 보강했고 탈북하기 유리한 지역에는 지뢰까지 매설했습니다. 현재 비무장지대의 남북 경계선에는 각각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비무장지대에는 200만개가 넘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 서울 신의주, 동해안을 있던 철로의 침목과 레일을 철거했을 뿐 아니라 지뢰를 철거했던 지역에 다시 지뢰를 매설했습니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콘크리트 장벽까지 설치한 것입니다.

 

콘크리트 장벽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베를린 장벽을 떠올립니다. 베를린 장벽도 동독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949년 동독 정권이 수립된 이후 연평균 20~30만명의 동독 사람들이 서독으로 탈출했고 그 수는 1961년까지 250만명에 달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동독은 1961, 3.6m 높이, 1.2m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했습니다. 이후 탈출자가 급속히 줄었지만 이후에도 연평균 17~27천명의 사람들이 서독으로 탈출했고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독일의 통일로 이어졌습니다.

 

1970년대 후반 한국은 북한군의 남침에 대비한 대전차 장애물로 군사분계선 이남 2㎞ 지점인 남방한계선상 서부·중부 전선에 높이 5~6m, 총 길이 30㎞인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이 장벽을 ‘분단의 상징’으로 요란하게 비난했고, 2000년대까지도 그 철거를 요구하는 선전공세를 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북한이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해 국제 사회나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수많은 지뢰와 철조망으로 막은 군사분계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콘크리트 장벽까지 구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크며 그로 인한 북한 지도부의 두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베를린 장벽 건립을 지시한 동독의 울브리히트는 공식 석상에서는 자랑했지만, 사석에서는 '이는 체제 경쟁에서 졌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충수'라고 푸념했습니다. 오늘 북한의 상황도 동독과 다르지 않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당시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습니다. 당시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가 4:1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독을 향한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27:1 입니다. 북한 당국의 강력한 사상교양도 하늘과 땅처럼 차이나는 경제적 현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구차스러운 대책이지만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어서라도 주민들의 탈북을 막아 체제를 수호하려 하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핵과 미사일 개발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핵과 미사일로는 주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습니다. 물리적 장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통제를 강화하는 속에서도 8월 초에는 북한 주민이 임진강을 건너 탈북했고, 며칠 전에는 북한 군인이 장벽 건설이 한창인 고성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습니다. 북한 당국의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남북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한 주민 일탈을 막자면 장벽을 더 높이 쌓아야 할 것입니다. 장벽은 높이 쌓을수록 안정성이 낮아지기 마련이고 마침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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