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의 자존심과 자존감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08.22
[김현아] 북한의 자존심과 자존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8 15일 남한의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이에 대해 도를 넘는 비난을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는 담화에서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개는 엄지든 새끼는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 "무식하고 용감하다", "천진하고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 이런 막말을 쏟아내며 윤 대통령을 비난해 나서 남한주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남한의 제안이 북한지도부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문건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남한주민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냉전시기 남북은 상대방을 적대시하면서 지도부를 욕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남북교류가 시작되면서 남한은 공식석상에서 북한을 모욕하는 발언을 중지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도와주고 남북간에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0년대 남북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남한에 대한 비난수위를 조금 낮추었지만 자기 요구에 맞지 않으면 공식석상에서 남한을 비난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한의 비난수위는 냉전이전시기 못지않게 높아졌고 그 앞장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심을 귀중히 여깁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존심이란 자기의 인격을 존중히 여기고 존엄을 지키려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자존감은 자기의 품위를 지킨다는 면에서 자존심과 같지만 그 품위를 존중해주는 주체는 서로 다릅니다. 자존감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존중함으로써 갖게 되는 품위지만 자존심은 남이 존중해주어야 가질 수 있는 품위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존심과 자존감은 상반되는 관계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낮습니다. 자존심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면을 누가 건드리면 우울감에 빠지거나 오히려 콧대를 더 세우게 됩니다

 

이번 남한 대통령의 대북지원 제안을 받고 북한지도부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담화에서 비난한 기본 단어는경제협력’,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경제와 민생등과 같은 경제 분야의 지원을 담은 것들입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장 열등감을 느끼는 분야는 경제입니다. 현재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하늘과 땅 같이 큽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북한지도부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면 허심하게 인정하고 남한과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자존감이 낮다 보니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더 민감합니다. 국제사회의 선택과 인정을 갈구하고 있는 북한지도부로서는 남한의 제안이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에 대한 확인처럼 된 것이며 따라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을 돕겠다는 남한의 제안에 과잉반응을 하면서 남한에 최대한 상처를 주는 단어를 고르고 골라 내뱉는 방법으로 보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스스로 정치강국, 군사강국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남한 콤플렉스에 빠질 필요가 없으며 대북지원 제안에 발끈할 이유가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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