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해 피해 화풀이 대상이 남한?
2024.08.12
북한이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수해복구를 선차적 과업으로 제기하고 물적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한편, 김정은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신의주시와 의주군에 직접 찾아가 위로를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8일 의주군을 다시 찾은 김정은은 수재민 가족 중 어린이와 학생, 노인, 병약자들과 영예군인, 어린 아이의 어머니 등 1만 5,400여 명을 평양에 데려다 수해복구가 끝날 때까지 돌보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방문한 수재민 숙소는 정말 열악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군용 천막으로 만든 임시 숙소였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빼곡히 줄 맞춰 세워놓은 두꺼운 군용 천막들 안에서 흙 위에 얇은 패드를 깔고 사는 모습은 보는 것조차 숨 막히게 했습니다. 물과 전기, 하수도 시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양에서 열병식 때 사용하던 숙소를 수재민 임시 숙소로 이용하도록 조치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해복구는 말처럼 2~3개월에 끝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별히 돌보아 주어야 할 노약자가 1만 5천 명이라는 것은 적어도 2만 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했고 5천 세대의 주택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양에 1년에 1만 세대의 주택을 건설하는데 전국이 동원되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 절반인 5천 세대 주택 건설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주택 건설 뿐 아니라 도로와 철길, 통신과 전력망을 복구하고, 물에 잠긴 논과 밭, 공장을 복구하고 파괴된 제방도 다시 쌓아야 합니다. 신의주 지역에만 3천 정보(29.75 Km2)의 논과 밭이 물에 잠겼다고 하니 그 복구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자강도 지역에서는 지하에 건설한 군수공장이 물에 잠겼다고 하니 복구에 품이 많이 들 것입니다.
북한이 다시 수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자면 예전과 같은 수준에서 복구해서는 안 됩니다. 신의주 지역에서는 2010년과 2016년에도 수해 피해를 입고 제방 공사를 했지만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1995년 압록강 범람 이후 물막이 방벽을 높이 쌓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해 피해를 크게 입지 않았습니다. 중국처럼 물막이 제방을 최고 홍수 때를 예상하여 높게,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도시의 하수도 공사를 다시 해야 합니다. 북한의 도시는 하수도 시설이 너무 열악해서 조금만 비가 많이 와도 물이 빠지지 않고 도시의 저지대가 물에 잠깁니다. 그러나 하수도 공사는 도시를 새로 일떠세우는 것보다 더 방대한 일이어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하고 아름찬 일이지만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는 물론 러시아의 지원까지 모두 사양하고 자체의 노력과 자원으로 복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수해 지역으로 떠나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환송행사에 참가해서 그들을 고무해 주었고, 전국에서 30만 명의 청년들이 수해 복구에 탄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 수해 복구에 필요한 건설 자재와 설비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수해 복구에 직접 동원된 사람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전 주민이 물질적 노력적 지원 강요로 고생하겠지만 결과는 충분치 못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큰비가 내리면 피해를 입고 다시 고생하면서 복구하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정책상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주민들 앞에서 사죄할 대신 남한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재해복구를 “심각한 대적투쟁”으로 규정하고 남한 언론의 북한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를 북한에 대한 “모략선전”, “엄중한 도발” 등으로 규탄했습니다. 남한의 언론이 북한 상황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것은 일상이라는 것을 서방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잘 알 터인데 너무 열을 내니, 본인도 언급한 것처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남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의심만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북한에서 수해 복구가 잘 추진되어 수재민들의 생활이 하루빨리 안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