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왜곡된 전승절, 빈곤한 노병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08.01
[김현아] 왜곡된 전승절, 빈곤한 노병 전승절 69주년에 즈음하여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이 지난달 27일 대성산혁명열사릉과 신미리애국열사릉,조국해방전쟁참전 열사묘를 찾아 옛 지휘관들과 전우들에게 경의를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은 7 27일을 맞으며 전국노병대회와 전승절 기념식을 크게 치렀습니다. 중앙에서 노병들의 생활상 애로를 풀어주라는 특별지시를 내려 시, 군에서는 주민들로부터 돈과 물자를 모아 노병세대를 후원했습니다. 북한지도자는 전승절 기념식에서 7 27일을북한영토를 병탄하고 지배권을 확대하려던 미국의 침략야망을 저지시키고 새로운 세계대전을 막아 인류평화를 수호한 승리의 날로 자칭했습니다.

 

6.25전쟁이 남한과 미국의 침공이 아닌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세계가 공인하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외부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환경에서 사는 북한주민들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전쟁초기에 북한은 불의의 공격을 성공시켜 대부분의 남한 땅을 점령했지만 미국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북한은 압록강 바로 앞까지 다시 밀렸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참전으로 가까스로 자기의 영토를 회복했고 이때부터 전쟁은 남북의 전쟁이 아니라 미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남한을 흡수하여 조국을 통일하려던 자기들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6.25전쟁에서 실패했으며 침략을 막고 자기의 영토를 수호한 것은 남한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7.27을 전승절로 기념해야 합니다.

 

북한이 실패한 전쟁을 크게 기념하고 있는 이유는 자기들의 과오를 덮자는 데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목적은 체제수호에 있습니다. 북한은 1993년 제1차 노병대회를 열었고 1996년부터 7.27을 전승절로 규정하고 이날을 휴일로 기념하도록 했습니다. 1990년대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겪던 시기입니다. 당시 동유럽에서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하고 지도자들이 실각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지도부는 체제위기를 절감했습니다.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동원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고 그를 위한 수단으로 전쟁 노병과 전승절이 필요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전승절과 전쟁 노병이 다시 무대 위로 불려 나오게 된 것은 김정은 정권의 등장 이후입니다. 2012 2차 노병대회 이후, 2~3년마다 대회가 열렸고 2020년부터는 해마다 노병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또한 전승절 기념행사를 크게 하고 있습니다. 전쟁 노병과 전승절이 김정은 정권 수호에 절실히 필요해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치가들은 내부적으로 정치적 결속이 절실히 필요할 때 외부의 적을 부각시키면서 적개심을 고취시킵니다. 주민들이 겪는 고난을 외부의 적에게 전가하고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고난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내부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가장 어려운 시기마다 전승절을 강조하고 노병대회를 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날 북한당국이 전쟁 노병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서 감동하는 주민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 많은 전쟁참가자들은 전선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도 전후 종파투쟁으로 적지 않게 숙청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다 되어 오지만 아직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전쟁 노병들의 대다수는 고난 속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전국의 노병들을 다 불러 모은 이번 노병대회 참가자가 1천여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은 아직 25만여 명의 전쟁 참전자가 생존하고 있는 남한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남한에서는 7.27을 정전협정 기념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이날을 기념하지 않습니다. 남한은 정전협정은 전쟁을 임시로 중지하자는휴전협정일 뿐 남북간의 완전한 평화를 약속하는종전협정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동족상쟁의 비극을 낳은 전쟁을 기념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전쟁을 돌아보는 남북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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