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쇠락하는 당생활지도체계
2022.07.11
북한에서 당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 일꾼들의 특별강습회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강습회에서는 조직부 당생활지도 부문의 사업총화와 이 부문 간부들의 정치실무적 자질과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실무강습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년간 북한에서는 당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회의와 강습회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2021년 세포비서대회,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이어 올해초에는 당선전부문 일군 강습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연이어 당간부들을 대상으로 회의와 강습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북한 전반에 대한 김정은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강습회에 관한 보도에서 “각급 당조직부 당생활지도부서의 기본임무는 각급 당조직들을 철저히 장악통제하고 일군들과 당원들에 대한 당생활조직과 지도를 강화하여 당중앙의 영도를 확고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로 정권의 획득을 목표로 합니다. 북한은 ‘노동계급의 정당은 노동계급을 비롯한 근로대중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주의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투쟁하는 혁명적당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은 근로대중의 이익이 아닌 수령개인의 이익을 실현하는 사설당으로 변한 지 오랩니다. 북한지도부는 ‘조선노동당은 수령의 사상과 영도를 실현하는 무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설당이다 보니 그 운영방법도 독재적입니다. 북한의 주민통제는 보위부나 안전부보다는 당을 통해 실행됩니다. 조선노동당은 당원들의 당생활지도라는 명목으로 당원들의 일거일동은 물론 당조직이 관할하는 단위의 모든 주민들의 동향을 시시각각으로 파악하고 수령의 의도에 반하는 정도가 약할 때에는 당조직이나 근로단체 조직의 비판과 처벌을, 정도가 심할 때에는 보위부나 안전부를 내세워 법적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사업을 직접 맡아 수행하는 부서가 조직지도부 당 생활 지도 부서입니다.
북한의 조직생활은 외부의 기준에서 보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기 보다 개인의 모든 행동에 대한 통제로, 심각한 인권침해입니다. 사실 북한주민들 중 스스로 조직에 망라되어 조직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조직에 소속되지 않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강제로 조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어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도 자발적으로 간절히 원해서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입당하지 않으면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국가체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입당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당생활지도체계가 만들어지던 1970년대는 유일적인 사회주의국가경제체계가 유지되고 있어 사람들은 국가를 떠나서는 의식주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생존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사람들은 당과 국가의 인정을 받아야 남보다 잘 살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김정일이 새롭게 만든 당생활지도체계에 복종했고 지도부는 이 체계에 의거해서 북한주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국가경제가 파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국가경제의 파산으로 당과 국가는 주민들은 물론 간부들의 의식주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시장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 살고 있고 간부들은 주민들에게서 뇌물을 받아야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이 국가에 충성해야 할 필요도 없어졌고 간부들이 오직 수령만을 위해 양심적으로 일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정치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나날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와 같은 수준에서 당 생활을 하게 하려면 시장경제를 없애고 사회주의 국영 경제만 존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이 모든 국가 활동을 좌우지하면서 경제구조가 비효율적으로 변했고 결국 국가경제는 파산했습니다. 국가경제의 파산은 당생활지도체계의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지도부가 당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회의와 강습회를 열고 기강을 잡으려 하지만 1970년대와 같은 당생활체계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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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