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평양과 하노이의 푸틴 맞이
2024.06.24
6월 19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방문 기간 푸틴은 성대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건물들에 드리워진 대형 러시아 깃발, 곳곳에 세워진 푸틴의 대형 초상화 등 거리를 장식한 환영 조형물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대통령을 감동시킨 것은 북한 주민들의 환영이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평양 시민을 총동원해 푸틴을 맞이했습니다. 푸틴이 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늘어서서 꽃다발을 흔들었고 환영식이 진행된 김일성 광장도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푸틴을 축하하는 공연이 진행된 장소도 최대 2만 명의 관람객과 1,000여 명의 출연배우를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최대의 평양 체육관이었습니다. 여기에도 사람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방문했을 때 환영하는 것은 외교적 예의입니다. 특히 자국의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일 때 더 극진히 대접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푸틴의 방북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을 뿐 아니라 일반주민들을 반강제적으로 동원하여 행사를 치렀습니다. 10일 전부터 전국에 비상경계를 선포했고 평양에서는 방북기간 시장까지 폐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시 주민들이 며칠 동안 환영연습에 동원되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기자는 "푸틴 대통령이 19일 새벽 3시 평양에 도착한 후 평양 시내 모든 조명이 켜졌다"며 “이를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습니다. 19일 낮 12시 김일성광장에서 치러진 푸틴 대통령 환영식에 대해선 "행사는 짧았다"며 "몇 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아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광장에서 온몸을 쭉 펴고 일어섰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소개한 것처럼 김일성 광장에서의 10분도 안 되는 환영 행사를 위해서 주민들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했습니다. 환영 행사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은 인건비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국가를 위해서 필요하고 지도자의 위신을 보장하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방문 직후 베트남(윁남)도 하루 일정으로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푸틴을 맞이하는 과정은 북한과 달랐습니다. 베트남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보다 더 뿌리가 깊고 현재까지도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베트남도 푸틴에게 예의를 갖추어 맞이했지만, 북한과 같이 주민들을 동원한 대규모 환영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베트남은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과 푸틴과의 간담회를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환영 행사에서는 오직 김정은과 푸틴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수십만 명의 군중이 동원되었지만 그들은 그저 배경일 뿐이었습니다. 군대와 같이 움직이는 수십만 주민들의 조직적인 환영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 당국은 뿌듯해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권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행사 과정은 북 한당국의 강력한 주민 통제와 그에 무조건 복종하고 따라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숙소나 회의장도 북한과 베트남은 너무 달랐습니다. 국민소득 수준으로 보면 베트남은 1인당 GDP가 약 4,100달러로 1,300달러인 북한의 3배 정도 됩니다. 그러나 북한 금수산 영빈관의 회의장과 숙소는 베트남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화려했습니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자신들만이 사회주의 기치를 끝까지 고수해왔다고 자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푸틴의 방문 과정은 북한이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한 베트남보다 훨씬 제왕적 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해 주었습니다. 또한 베트남과 대조되는 지나치게 요란한 환영 행사는 국제사회에서 너무도 외로운 북한의 처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