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군수장비 마련에 동원되는 북한 아이들
2024.06.10
조선소년단 창립일에 진행되는 가장 중요한 행사는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 대회입니다. 이번 전국연합단체 대회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앞에서 열렸습니다. 대회에서는 청년동맹 위원장의 보고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고에서는 소년단원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배양, 최우등생 고지 점령, 조직생활 강화 등의 과업을 제시하면서 특히 “원수에 대한 증오심을 안고 인민군대를 적극 원호하며 《소년》호 명칭의 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마련하여 나라의 군력을 백방으로 다지는데 이바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예산의 상당부문을 군사비로 책정하고 각종무기를 만드는 한편 주민들이 추가적으로 이를 보충하도록 대중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6·25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4일 평양제14인민학교 소년단원과 북청군 소년단원들이 각각 소년단 열성자 회의를 열어, 소년호 비행기와 탱크를 헌납하는 애국운동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전쟁 시기가 아닌 평화 시기에도 이 운동을 지속해왔습니다. 주민들이 돈을 내서 무기를 만들도록 하고 그를 군에 증정하도록 하고 무기의 이름에 여맹호, 사로청호, 직맹호, 소년단호 등 대중단체의 이름을 붙이도록 했습니다.
북한에서 소년단 가입연령은 8세부터 14세입니다. 8살부터 14살까지 아이들은 노동에 참가할 수 없는 연령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소년단원들에게 좋은 일 하기 운동의 명목으로 토끼 기르기, 파철, 파동 파지 같은 유휴자재 수집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토끼 가죽은 인민군대가 입을 외투를 만들고 유휴자재를 팔아 번 돈으로는 무기를 만들어 군대에 기증해야 한다고 선전합니다.
북한의 모든 소년단원들은 1년에 토끼가죽 4매를 바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어린 아이들이 한해에 토끼를 4마리 길러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도시 아파트에서 사는 아이들 그리고 초등학교 아이들이 토끼를 제대로 기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미처 마련하지 못한 토끼 가죽은 부모들의 몫으로 되어 시장에서 토끼 가죽을 구입해서 바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휴자재 처리가 힘들어서 문제로 되고 있지만 모든 자재가 부족한 북한에서는 파철 파동, 폐지 같은 유휴자재수집 과제가 학생뿐 아니라 직장원, 가구에 부과되다 보니 수집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년단원들이 바치는 유휴자재 과제는 물품이 아닌 돈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수매증을 거짓으로 만들고 거기에 적힌 금액을 소년단에 바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 과정을 통해 군비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한편 어린 시절부터 조국보위를 사명으로 간직하도록 하자는 데도 목적이 있습니다. 이번 보고에서도 이 운동을 원수에 대한 증오심, 나라의 군력을 백방으로 다지는데 기여 등과 결부시켜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소년단원들에게서 거둔 토끼가죽이나 유휴자재 대금으로 소년호 비행기, 탱크, 방사포를 만들어 인민군대에 기증하는 과정에 청년동맹 간부들의 비리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받은 토끼 가죽을 다시 시장에 유통시켜 돈을 만들어 동맹운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거나 개인이 착복합니다. 그러므로 소년단원들은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할당량을 부여 받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 소년단원들이 어릴 때부터 부정 비리에 습관들이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고력과 품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됩니다.
아이들까지 군수 장비 마련에 동원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