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가난한 나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8.03.26

며칠 전 김정은이 남한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을 방문한 남한대표단과 회담석상에서 북한을 “가난한 나라”라고 자인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국가의 위신과 체면을 매우 중시하는 곳입니다. 북한당국은 온 나라를 변화시킬 수 없는 조건에서 모든 힘을 집중해서 평양만이라도 국제수준에 상응한 도시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사람은 평양만 보도록 했습니다. 외국관광객은 안내원을 붙여서 통제했습니다. 그들이 북한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했고 북한주민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했습니다. 외국인은 특별히 허락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진기를 가지고 다닐 수 없었고 허락한 경우에도 나올 때 찍은 사진을 일일이 검열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에게 북한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을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이라고 교육해왔습니다. 그리고 평양주민들은 외국손님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을 적은 문답집을 외우고 있다가 외국손님들이 물어보면 그대로 대답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대처를 못해서 북한의 어두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람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주민은 힘들어도 배고파도 추워도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법을 나라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다른 나라사람도 아닌 남한사람들 앞에서 위반한 것입니다.

사실 북한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요즘은 평양의 도시 모습이 점점 다른 나라와 비슷해지고  평양주민이 사는 모습도 외형상으로 다른 나라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평양의 소수 주민들의 모습일 뿐, 평양의 대부분 특히 지방은 낙후와 빈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람의 생존을 위한 가장 초보적인 요구인 의식주문제를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남한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러시아도 먹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을 막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시골에서는 봄철에 보리 고개가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에도 적지 않은 빈곤층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영양실조를 겪고 있습니다.

주택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전후에 지은 낡은 건물이 아직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주택이 없어 작은 집에서 2세대 지어 3세대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전기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도도 잘 나오지 않고 연료도 부족해서 겨울이면 집안에서도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생활하지만 북한의 방송과 신문에서는 여전히 북한을 “세상에 부럼 없는 사회주의 우리나라” “가장 행복한 인민”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콤플렉스를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웃나라들보다 뒤떨어진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부자흉내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세계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사람이 세계와 직접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숨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진짜 모습을 숨기려는 북한당국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오히려 세상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되고 있습니다. 보지 못하게 하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외국 사람들은 북한에 촬영 장비를 숨기고 들어가서 몰래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방송에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의 거짓말은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 증폭시키고 결국 북한의 모습은 더 어둡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주민이 거짓말을 별치 않게 여기도록 함으로써 인성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도자의 발언으로 북한이 거짓말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