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80층 살림집에 대한 생각
2022.03.21
북한은 2021년 착공한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완공단계에 이르렀다면서 “현대적이며 특색 있는 1만 세대의 다양한 고층, 초고층 살림집들과 보건, 교육, 편의봉사 시설들이 편리하게 배치되고 여러 휴식공원, 고가다리, 장식구조물들이 주민지구와 예술적 조화를 이루며 특색 있게 건설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새로 일떠선 주택지구 전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80층 초고층 살림집이었습니다. 려명거리에 82층 아파트를 비롯한 초고층 아파트를 대량 건설한데 이어 송신송화지구에도 초고층아파트를 건설한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도시들에는 초고층 건물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도시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토지의 부족 때문입니다. 많은 인구가 도시로 들어오다보니 세계에는 인구 1천만이 넘는 도시가 20여개나 됩니다. 그러나 도시의 면적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주거 수요를 해결하려면 초고층 건물을 짓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평양은 다른 나라들처럼 땅이 부족한 도시가 아닙니다. 평양 인구는 약 300만 명이며 면적은 인구 천만이 넘게 사는 서울의 거의 3배나 됩니다.
초고층건물은 문화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가장 높은 초고층건물은 도시를 상징합니다. 아름다운 외관과 호화로운 실내는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관광객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나 초고층건물은 화재사고가 나면 매우 위험하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서 스스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므로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일정한 높이 이상으로 건설하면 안전성 때문에 대피 시설을 만들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장치를 설치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 효율도 낮아집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최적화된 아파트의 높이는 230m 이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80층 아파트의 높이는 301m라고 발표했습니다.
초고층건물은 자본주의의 핵심인, 부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건설과 운영에 막대한 자본이 들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면 초고층건물을 세울 수 없습니다. 북한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전기가 부족하여 평양시마저도 시간제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고 물이 부족하여 하루 한두 시간만 보내주고 있습니다. 동평양 지구에 아파트 난방을 보장하는 동평양발전소는 지금 있는 아파트들의 난방도 보장하지 못해 집집마다 자체로 무동력 보일러를 설치하고 석탄을 때서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80층 아파트에 무동력 보일러를 설치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에서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전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평양 려명거리에 건설한 초고층 아파트만은 별도의 전기 공급을 통해 출근시간에는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가동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외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저층보다 고층을 선호하지만 북한에서만은 걸어 오르내리는 것이 가능한 저층을 더 선호합니다.
오늘 자본주의사회에서 초고층건물은 야망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는 신흥국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 하거나 독재정권이 정권의 치적으로 삼겠다는 욕망 때문에 초고층건물을 줄줄이 짓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양의 초고층건물도 북한지도부의 이러한 욕망의 표현입니다.
세계에는 ‘마천루의 저주’라는 유명한 경제학 이론이 있습니다. 이는 한 나라가 초고층건물의 기록을 갱신하려고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면 그 건물이 완성될 시기에는 그 국가, 크게는 전 세계까지 경제공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반론도 있지만, 북한의 102층 류경호텔은 1987년 시작되어 1992년 골조공사를 마쳤는데 그때부터 북한에서 최악의 경제침체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지도부의 초고층건물에 대한 집착이 다시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