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진짜 선거와 가짜 선거
2022.03.14
북한 노동신문에서도 보도했지만 3월 9일 남한에서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선거 결과 0.73%p 차이로 국민의 힘 당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한의 선거를 비난하고 있어 남한주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의 통일신보는 ‘온갖 악취를 풍긴 선거판’이라는 표제 하에 남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름을 빌려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후보들과 정당들 간의 무차별적인 폭로전과 헐뜯기 싸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한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 선전선동부 간부들이나 기사를 쓴 기자들도 진짜 선거에 참가해 본 적이 없습니다. 봉건국가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면 왕세자를 거쳐 왕이 되는 것처럼 북한에서 김정은은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장기집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남한은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대통령의 재선 금지를 법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므로 남한에서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남한에서는 선거가 진행되기 몇 달 전부터 누가 후보로 출마할지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후보자로 등록하지만 남한은 보통 몇몇 소수의 당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이번에도 14명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지만 관심을 받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자였고 그들 사이에서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졌습니다.
주민들은 등록한 후보자 중에서 1명만 찍기 때문에 투표자의 권리도 대단합니다. 후보자들은 주민들의 표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은 선거 때마다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주민들을 찾아갑니다. 국민들은 후보자들에게 “이런 것을 해준다면 당신에게 투표하겠다”고 당당히 요구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은 선거 때조차도 값이 없습니다. 오히려 선거 때 더 들볶입니다. 선거장 꾸리는데 돈과 물자와 노력을 내야하고, 선거 때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는데다 선거에 무조건 참가해서 찬성투표를 해야 하는 등 할 것이 많습니다.
남한의 이번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77.1%였습니다. 100% 투표율을 자랑하는 북한주민들은 그렇게 선거에 빠져도 되나?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선거참여가 의무가 아닙니다. 선거에 참가하지 않아도 북한처럼 반동으로 붙들려가지 않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개표가 시작되면 TV 모든 채널에서 시시각각 개표결과를 알려줍니다. 수천만 명의 표 집계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야 끝납니다. 선거 결과에 마음을 졸이며 TV와 함께 밤을 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민들은 자기가 찍은 후보자가 당선되었을 때는 짜릿한 쾌감을, 당선되지 못했을 때는 허탈감을 느낍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왜 이겼는지 왜 졌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선거결과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의도나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허식적인 선거제도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입니다. 북한에서 99.99% 참가, 99.99% 찬성투표를 했다는 공고문은 북한의 선거가 허위임을 확인해 주는 증거 문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슬픈 것은 상당수 북한주민들이 진짜 선거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도 남한과 같은 진짜 선거를 해서 지도자를 선출했다면 김정은이 당선될 수 있었을까? 물론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민주주의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면 세습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주민들도 진짜 선거에 참가해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씩 바뀔텐데,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