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올림픽을 통해 전해질 남한소식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8.02.19

지금 남한의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도 조금 완화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시 냉각되리라고 보고 있지만 핵으로 세계를 위협하던 북한이 입발림이지만 평화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자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가장 큰 의의는 선수단뿐 아니라 북한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단 등 400여 명이 넘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주민이 남한을 방문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근래에 북한에서도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중국, 러시아, 동남아, 중동 등에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남한은 여전히 금지구역입니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동서독은 통제되기는 했지만 방문이 매우 자유로웠습니다. 연간 500만~700만 명의 서독사람들이 동독을 방문했고 150만 명의 동독인이 서독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이후에는 서독을 방문하는 동독인의 수가 500만~6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남북 간의 인적 교류는 독일과 비교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도 개성공단이 가동하던 2015년까지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사람이 연간 13만 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남한에 내려오는 경우는 국제경기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두 자리 숫자를 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조차도 첫 회를 제외하고는 금강산에서 하도록 주장함으로써 북한주민들이 남한으로 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동독지도부가 동독인의 서독 방문을 허용한 것은 자기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나라들 중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에 속했던 동독주민들은 서독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서도 뒤떨어진 나라에 속했습니다. 게다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은 더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중국에만 가도 속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에는 북한과 같았던 아니 북한보다 더 뒤떨어졌던 중국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발전한 남한에 가본다면 북한주민들의 마음이 어디로 쏠릴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남한의 서울이 아니라 평창에서 열렸습니다. 평창은 북한으로 말하면 자강도 산골의 자그마한 군에 해당됩니다. 그러한 자그마한 군에서 세계적인 올림픽을 치러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남으로 온 북한방문단은 서울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놀랐을 것입니다. 남한의 시골 군의 모습을 보면서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가 실제로 없어진 것은 북이 아니라 남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지도부는 남한으로 오는 방문단을 요란하게 선발했다고 합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신원요해를 하고 철저한 사상교육을 주는 것은 물론 보위원을 사이사이 끼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돌아가면 사상검토도 철저히 할 것입니다. 남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들에게 일체 발설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머릿속 생각을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는 하나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중국에만 나오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세상소식에 접하게 됩니다. 인터넷 망이 그물처럼 세계를 덮고 있어 중국에서도 컴퓨터에만 접속하면 남한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산가족 누구라고 이름만 치면 찾고 싶은 가족이 직접 보내는 영상편지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주소까지 나와서 중국에서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면 북한당국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친척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남한 소식은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더 많이 북한에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이번 올림픽이 북한주민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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