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좋은 것은 전부 평양으로 간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2.12
[김현아] 좋은 것은 전부 평양으로 간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7일 황해북도 황주군의 광천닭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연합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의 광천 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실은 자동차들이 지난 1일부터 연일 평양에 도착하여 수도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평양 거리에는 광천닭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가득 실은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고 수도의 상업봉사기지들에서는 광천닭공장의 제품을 공급받는 사람들로 연일 흥성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닭고기와 계란이 돼지고기보다 더 귀한 곳입니다. 돼지는 음식물 찌꺼기를 가지고 키울 수 있지만 닭은 알곡을 먹이지 않고는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식량부족으로 고생하는 북한에서 양곡으로 키우는 닭고기와 계란은 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닭공장을 현대적으로 개건해서 생산된 고기와 계란을 주민들에게 공급한다니 듣기만 하면 좋은 일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도시민들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것입니다. 광천 닭공장은 북한 특급기업소인 황해제철소가 있는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습니다. 황해북도 도 소재지는 사리원시입니다. 송림시와 사리원시의 주민들은 닭고기와 계란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양시민보다 훨씬 어렵게 삽니다. 그런데 황해북도에서 생산한 고기와 알을 실은 차들이 송림이나 사리원이 아닌 평양으로 달리고 있다니 그것을 보는 지방주민들의 마음은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세우고 지방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게 다릅니다. 평양으로 가는 것은 고기와 계란만이 아닙니다. 복숭아 철이면 황해도 과일군에서 생산한 복숭아를 실은 차가 평양으로 달리고, 가을에는 대동강과수농장에서 생산한 사과를 실은 차가, 겨울에는 물고기를 실은 차가 평양으로 달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공급받는 수도시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됩니다.

 

북한이 밝힌 바에 의하면 광천닭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닭고기 수천 톤과 계란 수천만 개입니다. 수천만 개를 많이 잡아 6천만 개라고 보고, 평양시 시내 중심 인구를 200만 명으로 예상하면 여기에서 생산한 계란은 1인당 연간 30여개 정도 차례질 것이고 고기는 양이 적어 1인당 몫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물론 평양 만경대 닭공장 등 다른 닭공장도 있으니 거기에서도 생산될 테지만 닭공장들이 제대로 가동한다면 구태여 황해북도 닭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평양으로 나를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생산된 제품을 모두 평양으로 보내도 평양시 주민들의 수요도 충분히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방 주민들에게 차례 질 나머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평양 공화국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이 평양만을 위해서 쓰이는 상황을 비꼬아 말하는 것입니다. 평양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정책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더 강화되었습니다. 김정은의 업적 중 가장 높이 내세우는 것은 평양을 국제적 수준의 현대적 도시로 일떠세웠다는 것입니다. 10여 년 동안 넉넉지 않은 국가재정을 모두 평양건설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그리고도 부족한 노력과 재정을 지방에서 징수해서 보충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양과 지방은 딴 나라 같이 되었습니다. 평양주민들은 좋은 집에서 살면서 각종 문화시설에서 생활을 즐기지만 지방은 허물어져 가는 아파트 물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문화생활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평양에는 중앙기관들이 집중되어 있고 외화벌이 회사들도 모여 있어 잘 사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곳인데 과일과 물고기 계란까지 평양에만 우선 공급하니 평양주민과 지방주민의 생활수준 차이는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격차, 지방 차별은 북한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계란과 닭고기를 싣고 평양으로만 달리는 자동차행렬을 보면, 이번에 북한이 총력을 다한다는 지방발전 계획이 정말 진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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