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민이 지키는 군대
2020.02.03
얼마 전 국경경비사령부 소속 소대장이 병사들과 함께 주민들의 집을 돌면서 도적질을 해서 더러는 소비하고 일부는 정치부 간부담당 군관에게 뇌물로 바쳤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북한에서는 비일비재한 사건이지만 남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남한군의 명칭은 국군, 북한군의 명칭은 조선인민군입니다. 북한지도부는 군대 이름에 인민이란 단어를 첨부한 것은 북한군이 인민의 아들딸로 조직되었으며 인민의 생명재산을 목숨으로 지키는 부대라는 뜻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인민군대는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 유격대는 인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항일빨치산의 좌우명을 그대로 이어받아 군민일치의 전통적 미풍을 꽃피우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옛적 일이고 지금 세대는 그러한 군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경제력에 비해 군대가 제일 많은 국가입니다. 못사는 나라에 군대만 많다 보니 군대에 대한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군인들에게 군복과 생필품은 물론이고 먹을 것조차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려면 부족한 것을 군인들이 자체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자체로 해결하는 방법은 주민들의 재산을 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 부대가 주둔하게 되면 남아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개, 돼지와 같은 짐승은 물론 자전거, TV와 같은 가전제품 등 돈이 되고 먹을 것이 되는 것이면 닥치는 대로 훔쳐갔습니다. 군 주둔지역은 말 그대로 초토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선군정치를 당의 혁명노선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군대가 없으면 당도 없고 나라도 없다는 논리 때문에 군대의 횡포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군대가 인민을 지키나, 인민이 군대를 지키지” 하며 비꼬았습니다. 즉 군대가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군대의 횡포로부터 자신들의 생명재산을 지켜야 할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남한은 군인수가 북한의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남한 역시 군대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과 달리 작년부터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군대를 더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46만 4천명인 육군을 2022년까지 36만 5천명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에 따라 작년 12월 인제군에 주둔하고 있던 한 개 사단이 해체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달리 남한 인제군 주민들은 부대를 해체하지 말라고 들고 일어났습니다. 사단이 해체되면 장교와 부사관의 가족 2,200명과 병사 4,900명이 감소하게 됩니다. 남한은 북한과 달리 군대가 잘 살기 때문에 군인이 많을수록 장사가 잘됩니다. 현재 주둔지역 주민들은 군인을 대상으로 음식점, 가게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군대가 줄어들면 매상고도 줄어들 것이 뻔합니다. 군주민들은 국가에 이에 대한 보상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은 남한의 군대를 비웃었습니다. 남한 군에서는 장교들이 보급물자를 빼돌려 자기 배만 채우기 때문에 사병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고 고생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북한군대가 지난날의 남한군대보다 더 처참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현하던 초기에는 군민관계 회복을 위해 관심을 돌리는 듯했지만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실은 군인들에 대한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교양이나 단속 통제로 인민이 군대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확증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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