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통일전선부 폐지와 북한의 대남정책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1.15
[김현아] 통일전선부 폐지와 북한의 대남정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30일 평앙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내년도 투쟁 방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은 새해 들어 대남기구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8 9차 회의에서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김정은은 회의에서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인정하면서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사업부문의 기구들을 정리, 개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며 근본적으로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는 것을 최대의 과업으로 간주했고 이를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북한의 적화통일을 위한 조직기구는 명칭과 규모, 소속과 기능이 바뀌기는 했지만 남한의 지하혁명조직을 육성해서 민중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대남연락부, 합법적 방법으로 남한혁명역량을 지원하며 남북교류를 통해 물질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통일전선부, 남한에 대한 군사정찰테러군사적 공격을 가하기 위한 정찰국 등 3개의 기구 위주로 존재해 왔습니다.

 

3개의 기구의 부침의 역사는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의 역사입니다. 6․25전쟁 직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남조선 지하혁명조직을 지도하는 대남연락부가 득세했습니다. 남한의 각 지역에 조선노동당 하부조직을 구성하고 그에 대한 지도를 보장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할 정도로 조선노동당 대남부서는 규모도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대한 규모의 기구를 가지고도 4.19봉기를 예측조차 못하여 김일성을 실망케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주민들 속에서 대남사업부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남조선 공작원에 관한 갖가지 전설 같은 위훈담이 카더라 통신을 통해 퍼져 나갔습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남사업부에 선발되어 가는 친구들은 선망의 대상으로 되었습니다. 지도부의 적화통일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와 기대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대남연락부는 성과 부진, 북한의 내부정치, 국제정세의 변화, 남한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서서히 위축되었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국제사회의 긴장완화 분위기를 타고 통일전선부의 기능이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고 북한경제가 파산하는 극단의 상황에 이르자 대남부서의 기능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남기구는 남한의 대북지원을 받아들여 북한의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는 데 전력하기 시작했고 김정일은 대남연락부로 불리던 조선노동당 대남부서 명칭을 통일전선부로 바꾸었습니다. 남북교류가 늘고 통일전선부는 간부들이 선망하는 부서가 되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주민들은 적화통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났습니다.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이 아니라 남한에 의한 통일도 괜찮다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은 정찰국을 강화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김정은은 등장 초기 조선노동당 대남부서 중에서 통일전선부와 문화교류국을 제외한 모든 부서를 정찰국으로 이전시켰습니다. 정찰국은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김정남 피살사건 등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과 해외 테러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반대로 통일전선부는 서서히 약화되어 오늘에 와서 완전 폐지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잃었습니다.

 

역사는 북한지도부의 대남정책이 주민들을 위한 통일정책이 아니라 지도부의 욕망과 생존을 위한 정책일 뿐이었고 실패를 거듭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10년도 아니고 반세기를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통일을 위해 전력해왔으나 어느 하나도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한원인을 남한에서 찾았습니다. 김정은은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미국과 남한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한다면 핵전쟁억제력은 주저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번 대남기구 정리를 계기로 북한의 대남정책은 한반도의 전쟁을 우려하게 하는 가장 최악의 정책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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