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남북 풍선 전쟁
2024.10.07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으로 보낸 오물 풍선은 횟수로는 25회, 5500여 개에 달합니다.
북한은 풍선을 날리는데 유리한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많이 부는 바람은 북서풍입니다. 연중 대부분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붑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람이 올라가는 날은 30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10번 보내면 남한에서는 1번 정도 보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나서서 풍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가재정을 동원하여 많은 양의 풍선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시민단체들, 특히 탈북민 단체들이 풍선을 보냅니다. 여러 단체가 보내기는 하지만 양적으로 북한보다 훨씬 적습니다. 남한은 북한이 하도 많은 풍선을 보내다 보니 풍선이 건물이나 승용차 위에 떨어져 주민들의 물질적 손해가 늘어나 그에 대한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국가가 그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한에서는 풍선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풍선 때문에 주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개인집에 풍선이 떨어져도 손해를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풍선에 실린 물건이 주민들에게 손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설사 손해를 보아도 국가에 대고 보상하라고 요구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풍선을 보내는 환경만 보면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 남쪽으로 보낼 전단지나 물건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에 전단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1960~70년대만 해도 북한은 당시 발전한 평양의 모습을 부각하고 김일성의 업적을 선전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삐라)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삐라를 보내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러나 남한에는 북한에 전해야 할 소식이 너무도 많습니다. 북한은 정보통제가 너무 심해서 외부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고 내부 소식도 국가에 유리한 소식만 내보냅니다. 그것 때문에 다른 나라 특히 남한주민들의 일상도 북한에서는 큰 뉴스가 되며 북한당국이 알려주지 않는 북한소식도 주민들은 알고 싶어 합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하여 외국의 영상물은 북한주민들의 팍팍한 생활에 큰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에 보낼 물품도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국가경제가 파산한 후 20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경제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북한에선 남한에 쌀과 천, 시멘트를 보내겠다고 여러 차례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남북의 경제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1983년 북한이 남한에 수해물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때는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남한에는 북한에 보내고 싶은 물자가 너무도 많습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식량과 옷, 생필품, 의약품을 북한에 보내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고 싶어합니다.
쓰레기 풍선, 어찌 보면 기발한 착상입니다. 깨끗하고 문명한 남한에 쓰레기를 뿌려 놓으니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은 북한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남한에는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북한에 풍선을 보내는 것을 지지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풍선 보내기에 대한 찬반여부와 관계없이 북한당국의 오물풍선은 남한주민들과 국제사회에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덕적 저열함, 북한의 경제난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남한만큼의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면, 북한이 남한과 자유로운 교류와 협력을 허용한다면, 남한의 풍선 보내기는 자연히 중단될 것입니다. 남한주민들이 좋아할 물건과 그들을 감동시킬 전단지 문구도 만들 수 없어 최악의 수단을 택한 북한당국의 처지가 측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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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