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등소평과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1.12.26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 소식이 국제사회에 전해지면서 주변국들이 북한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외국의 유명한 신문방송 텔레비전이 앞을 다투어 사망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지도자 1인에게 권력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던 북한체제의 특성 때문에, 권력자의 사망 이후 북한을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기대 속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뿐 아니라 북한주민들도 앞날이 무척 궁금합니다. 간부들은 과연 나이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 김정은이 북한의 앞날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가슴속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젊었으니까 외국에서 공부 했다니까 어떤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누구나 지금과 같은 폐쇄정책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개혁개방정책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규정하고 개혁개방을 지지하면 반동으로 규정했습니다. 개혁개방은 제국주의자들이 북한을 와해시키려는 모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정일의 말씀이 곧 법으로 되는 세상에서 어느 간부도, 주민도 공개적으로 감히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자고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도자가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아들이고 아버지의 위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결의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노선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폐쇄정책으로는 파산된 북한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살길은 개혁개방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파산된 경제를 복구하고 주민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권력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간부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얻자고 해도 그들이 절박하게 바라고 있는 개혁개방노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북한은 나날이 파산될 것이고 지도부는 주민들의 외면을 받아 결국 권력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중국에서 모택동 사망 이후 중국의 지도자로 등장한 등소평은 개혁개방노선을 제시하고 그를 관철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노선을 선택한 결과 30여 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무서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지난날 북한과 비슷했던, 지어는 북한사람들이 북한보다 더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던 중국이 오늘은 총생산량에서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의 국가로 부상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도자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중국에 등소평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있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등소평을 작은 거인으로 부르고 있고, 등소평이 했다는 말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을 명언으로 새기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서 모택동이 사망했던 것과 같은 시점에 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체제나 사상보다 먹고 입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체제나 사상 지도자의 우월성은 바로 주민들의 삶에서 나타납니다.

북한주민들은 바로 등소평과 같은 지도자의 출현을 바라고 있습니다. 과연 김정은이 등소평이 될 수 있겠는지, 혹은 등소평이 될 수 있는 다른 인물이 출현하겠는지? 북한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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