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청렴한 국가를 만드는 길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2.07

비정부기구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뇌물 위험지수 연례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뇌물 위험지수가 93점으로, 194개 국가 중 194위에 올랐습니다. 뇌물 위험지수는 100점 만점으로 측정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심한 국가임을 의미합니다. 이 기구는 전 세계 194개국의 부정부패 행위를 정부와의 상호작용, 뇌물수수 방지 및 법 집행 단속, 정부 및 민간 업무 투명성, 민간 감독 능력 등 4가지 항목으로 측정했는데 북한은 모두 최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20점으로 22, 일본은 19점으로 21위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54점으로 126위로 집계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등수를 발표하지 않더라도 북한에서 부정부패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국경에서 금괴밀수사건, 김일성고급당학교 뇌물사건, 평양의학대학 사건 등 큼직한 부정부패사건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를 근절하기 위하여 강도 높은 처벌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중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을 뿌리빼()기 위한 전당적인 투쟁을 강도 높게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전국의 대학교를 대상으로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집중검열을 시작했습니다. 중앙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간부들, 중앙검찰소, 도검찰소 검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검열조는 8차 당 대회 전까지 검열을 진행하기로 했고 검열조의 총책임자는 김여정이라고 합니다. 검열 완료 후 각 대학에 부정부패와 범죄 행위를 신소할 수 있는 새로운 부서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부정부패행위가 나타나면 늘 하던 방법으로, 이러한 검열로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는 좀 나아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부정부패행위가 되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사실 부정부패행위는 어느 나라나 다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부패의 정도에서 나라별 차이가 큽니다. 뇌물위험지수에서 가장 청정한 국가로 평가받는 나라는 북유럽나라들입니다. 이번에도 가장 청렴한 나라로 평가받은 나라는 1점을 받은 덴마크였고 이어 노르웨이(5), 핀란드(7), 스웨덴, 뉴질랜드(8) 네덜란드(11)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북유럽나라들은 청렴한 국가로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들을 연구한 결과 법제도, 국가행정의 공개, 시민의 정치참여 등이 비결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북한에서도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검열조가 아니라 대중이 부정부패를 근절하는데 적극 참여하게 하여야 합니다. 검열조의 눈을 피하기는 쉽지만 대중감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활동을 비밀이라는 이유로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기들이 벌어서 바친 돈을 국가가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담당자들은 상급의 눈만 속이면 얼마든지 공동재산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부정부패행위에 대한 단속 통제 처리 권한도 주민들이 아니라 위에서 파견한 검열조에 부여됩니다. 주민들은 누가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에 대한 처벌이 공정한지 알 수 없습니다. 검열이 내려왔을 때 검열조에 고이면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원래 대중을 동원해서 제기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북한특유의 정치방식입니다. 북한은 어렵고 힘든 일이 제기될 때마다 대중을 동원해서 일을 처리합니다. 그러므로 대중동원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운영을 감시 통제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에는 대중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청렴한 국가로 되자면 대중을 국가정치에 실질적으로 참여시켜야 합니다.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국가행정을 공개해야 하며 주민들에게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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