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외면 받는 해외노동자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1.30

북한이 코로나를 막기 위한 봉쇄작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가 시작되자 국제사회에서 제일 먼저 봉쇄를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그 봉쇄의 대상에는 외국인 뿐 아니라 북한주민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는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코로나위기를 견디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하고 있는 속에서 외국에 나가있는 북한노동자들의 처지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나가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5천여 명 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많은 북한노동자들이 자체로 일감을 얻어 돈을 벌고 있어 주민과 접촉이 잦습니다. 거기다 북한노동자들은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집단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전염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들을 위한 방역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자체로 대응하라고 내버려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러시아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 속에서 발열, 기침 증상을 보이다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이들에 대해서 귀국불허 방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앓는 환자들은 물론 사망한 경우에도 시신조차 북한에서 받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가 제일먼저 발병한 곳으로 수많은 공장들이 멎어서고 주민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되었습니다. 올초부터 몇 달동안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서 생계유지조차 어려웠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발병률이 낮아지고 통제가능해지면서 공장들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동안 미납했던 충성의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노동 강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길림성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의 20%가 결핵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집단생활을 하는데다 급식상태도 좋지 않아 결핵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영사관에서 주는 결핵약은 효과가 거의 없고 약국에서 파는 결핵약은 비싸서 사먹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북한의 자체 봉쇄로 결핵에 걸린 노동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데다 가족들이 코로나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적은 돈이라도 가지고 빨리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오늘 코로나 유행을 막기 위해 대부분 나라들에서 국경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국 주민들의 입국을 막는 나라는 없습니다. 남한에서는 외국에 나갔던 주민들이 입국하면 의무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감염된 사람을 선별하여 치료합니다. 감염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보름동안 의무적으로 격리시키는 방법으로 코로나의 해외유입을 막고 있습니다.

북한은 의료상황이 열악하므로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대응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상대적으로 해외출입국자가 매우 적습니다. 그리고 주민통제가 잘되는 국가이므로 병에 걸린 해외파견 노동자를 귀국시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국내 입국시키기 어렵다면 거주지 국가나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해외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을 어떻게 하나 도와주려고 애쓰는 남한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입니다.

북한지도부는 올해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민의 생명안전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털끝만큼도 양보하거나 모험할 수 없다는 원칙하에 코로나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 파견된 북한노동자들은 생명안전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외면 받고 있는 해외노동자들도 북한주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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