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식량배급제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7.10.16

북한에서 배급소를 폐쇄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배급소를 없애고 명절 특별공급 같은 것은 동사무소가 담당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언제부터 생겼을까? 자료에 의하면 배급제도는 일제시기의 유물입니다. 태평양전쟁시기 모든 것이 부족해지면서 주민들의 식량 소비를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해방 이후 식량배급제를 없앤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도시에서 배급제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1958년 농업협동화를 통해 개인농을 없애면서 식량에 대한 국가통제체제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국가수매양정위원회라는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사회주의시기 식량배급은 위력한 주민통제 수단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쌀표를 자른다’는 것처럼 위협적인 말은 없었습니다. 쌀은 국가통제품이어서 배급타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살 수 없었습니다. 식량배급표는 반드시 직장에 등록해야 나왔기 때문에 배급표를 타기 위해 싫은 직장이라고 해도 등록해야 했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배급제가 실시되던 시기에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주민들은 배불리 먹지 못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 전쟁준비라는 미명하에 일일 배급량을 줄이다보니 배급을 받아도 항상 쌀이 모자랐습니다. 특히 남자애들이 많은 집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간식은 물론 부식물도 넉넉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늘 강냉이밥만 먹어야 했고 이밥은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것으로 되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마음대로 빵을 사먹을 수 있다는 소련을 부러워했습니다. 1960년대 말 당시 부수상이었던 정준택이 김일성에게 식량배급제를 없애자고 했다가 부결 맞은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일성은 식량배급제를 없애면 주민들이 식량을 사기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이 얼마인지 아느냐, 식구가 많은 집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배급제를 철폐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이야기를 수령님의 인민에 대한 어버이 사랑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쌀값이 너무 싸서 주민들이 식량 가격을 모르고 산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식량배급제는 전쟁이나 재해 때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상대책으로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북한당국이 실시한 배급제도 사실에 있어서는 당과 수령의 은혜가 아니라 최소비용으로 노동력을 유지하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북한과 같이 경지면적이 제한된 국가에서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과 함께 공업을 발전시켜 수출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사들여 와야 합니다. 북한은 1970년 사회주의공업국가가 되었다고 선포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식량을 거의 수입하지 않았습니다.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콩을 비롯한 다른 작물을 일체 심지 못하게 했고 오히려 과일과 쌀을 소련에 수출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먹고 입고 쓰는 비용을 최대로 줄이도록 했고 그를 위해 배급제를 유지해왔습니다.

동유럽이 무너지고 북한경제가 파산되면서 최소한으로 공급하던 식량배급마저 국가가 공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솔직하게 주민들에게 배급을 줄 수 없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고지식하게 국가만 믿던 사람들은 아사했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국가는 걸음걸음 방해만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배급제를 다시 실시한다고 선포하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군인, 권력기관 간부, 평양시민. 외화벌이기관이나 힘 있는 기업에 다니는 사람만이 배급을 타고 있습니다. 배급제가 전민 평등이 아니라 특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변한지 오랬습니다. 북한에서 식량배급제는 벌써 오래전에 사라져야 할 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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