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80일 전투
2020.10.12
북한은 지난 10월 5일에 열린 정치국회의에서 내년 1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당 제8차 대회를 맞이하기 위해 80일 전투를 결의했습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참으로 많은 전투를 벌였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김정일이 후계자로 올라서면서 시작된 ‘70일 전투’를 시작으로 100일 전투, 200일 전투, 150일 전투 등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전투를 치렀습니다.
오늘도 북한이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는 1974년의 70일 전투는 참 대단했습니다. 당시 10월이 다 지났는데 그해 인민경제계획을 수행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쓴 이야기이니 얼마나 사실인지는 의문이지만 누구도 그해 계획을 할 수 있다고 생각 못하던 그 때에 김정일이 나서서 “당에서 맡아서 수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에서는 당조직이 경제사업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지도하도록 사업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중앙에 전투지휘부를 꾸리고 간부들로 지도소조를 무어서 주요 공장기업소에 파견했고 노동자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밤낮이 따로 없는 전투를 벌이도록 함으로써 그해 인민경제계획을 끝까지 수행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70일 전투로 인해 어렵다던 6개년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당이 직접 나서서 진행한 70일전투는 북한경제의 하락을 촉진시킨 하나의 계기로 되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발동시키는 중요한 요인은 자신의 욕구입니다. 물론 사람은 조국과 민족, 집단을 위해서도 헌신하지만 그러한 이타적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집단보다 자기 개인의 이익을 더 중시합니다. 경제는 바로 사람의 이러한 이기적 본능에 의해 발전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들은 사회주의사회에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합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집단을 위해서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비록 자기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그 결과로 사회의 부가 축적되고 국가경제가 발전합니다.
그러므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 자기의 욕구를 실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이치를 부인하고 주민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당과 수령을 위해 전투를 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기간에 깜바니아적으로 이룩된 성과에 고무되어 사람들의 사상을 동원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렇듯 전투는 북한지도부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대로 사람들을 동원함으로서 기적을 창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환상을 가지게 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지 않습니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독점도 그러하지만 전투를 빙자한 당의 개입은 북한경제를 경직시키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8차당대회를 맞으며 지난시기의 이러한 결함을 시정할 대신 아직도 70년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의 비극입니다.
이번 전투는 지도부도 강조한 바와 같이 전례 없이 환경이 어려운 속에서 진행됩니다. 코로나와 대북제재로 북한의 주요 수입원천인 외화벌이가 거의 가동을 멈추었습니다. 시장에서 물가가 뛰고 주민들은 돈벌이가 되지 않아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들고 어려운 때 전투를 빌미로 주민들을 동원하고 주머니를 털어낼 것입니다.
생산성향상의 측면에서도 이번 전투는 구호와 빈말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기계와 노동력을 추가로 투입해야만 생산이 늘어나는데 전력공급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에서 내려 보내는 높은 전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지도부는 자신들이 그토록 압박하는 시장이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을 보면서 시장경제위력을 폐부로 체득했을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전투를 벌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도부자신과의 전투를 벌여 경제체제를 바꾸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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