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수령과 전우관?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10.05

북한 노동신문은 4일 조선노동당 창건 75돌을 맞아 조선혁명박물관에 '위대한 수령님들과 전우관'이 새로 꾸려져 개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룡해 제1부위원장은 개관사에서 "조선혁명박물관 '위대한 수령님들과 전우관'은 절세위인들의 숭고한 동지애의 역사가 응축돼 있으며, 혁명의 철리를 새겨주는 충실성교양의 대전당"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북한에는 수령의 동지애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기 혁명 활동 시기 김일성을 조선의 지도자로 내세운 김혁, 차광수, 해방 후 김일성께 충실했던 김책에 대한 김일성의 사랑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북한주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최룡해 부위원장의 아버지인 최현도 김일성 김정일의 신임과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합니다. 북한에서 알려진 혁명역사 역시 승자의 이야기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북한역사에는 수령의 동지애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령의 숙청 역사도 있습니다. 동지애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입니다. 북한지도자들이 뜻을 같이한 사람은 당과 국가도, 조국과 민족도 아닌 오직 하나 수령의 권력유지에 도움이 된 사람입니다. 사회주의위업에 충성했고 당과 국가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사람도 수령의 1인자 자리 유지에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고 생각되면 무자비하게 숙청한 것이 북한 지도자의 역사입니다.

북한이 미제의 고용간첩이라고 숙청한 박헌영이 일제시기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참가했고 감옥에서도 굴하지 않은 유명한 사회주의자이며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 총비서로 김일성의 상급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박헌영이 종파분자로 된 이유는 당시 북한 노동당내에서 남한 노동당의 세력이 매우 컸고 그들이 김일성에게 무조건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일성이지만 그로 인해 자기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김일성은 지어 소련과 중국까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를 사형했습니다. 동시에 그와 함께 남한에서 투쟁했던 동지 10여 명을 사형에 처했을 뿐 아니라 남한출신 동지들은 거의 다 숙청해 버렸고 그의 자손들까지 딱지를 붙여 놓고 있습니다.

1956 8월종파로 숙청된 연안파는 항일무장투쟁에 이어 중국 국내전쟁에까지 참가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전투경험이 풍부하다보니 전쟁 시기 1차 남진을 성공적으로 보장하는데서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서울해방전투, 대전해방전투, 낙동강전투 등 가장 어렵고 중요한 전투를 치른 부대가 중국에서 나온 사람들로 조직된 부대였습니다. 연안파는 인원이 많은데다 중국이라는 배경도 있다 보니 전후 군부나 정계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전후 소련에서 벌어진 개인미신반대운동에 힘입어 연안파나 소련파가 김일성의 절대 권력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해 나서자, 권력유지에 위험을 느낀 김일성은 전쟁에서 가장 용감하게 싸운 연안파 간부 200여 명을 포함해서 2천여 명의 동지들을 숙청해 버렸습니다.

1967 5 15차 전원회의에서 숙청된 사람들은 김일성의 권력세습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1956 8월 종파투쟁에서 김일성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고 만주에서 김일성과 함께 싸운 전우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김일성의 권력세습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숙청의 대상으로 되었습니다.

모든 독재체제는 숙청을 동반합니다.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모택동도 같이 혁명한 동지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습니다. 북한에서 종파분자로 숙청된 사람들이 김일성의 1인 독재를 반대한 것이 진정으로 당과 인민을 위해서인지 혹은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숙청된 사람들이 사회주의나 당과 국가,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10년 이후에도 북한에서는 많은 간부들이 숙청되고 있습니다. 지어 고모부인 장성택, 이복형 김정남도 숙청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수령님과 전우관이라뇨? 이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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