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떠나고 싶은 나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9.21

지난달 25일 국경지역 완충지대 설정에 관한 사회안전성의 포고문이 발포되었습니다. 포고문에서는 국경 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곳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간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포고문이 발표된 이후 양강도의 주민이 완충지대에 들어갔다가 국경경비대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차단하고 주민들의 입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자찬했습니다. 북한 역시 지금까지 코로나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드물게 코로나가 없는 두 나라 국경에서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총격까지 불사하면서 주민들의 입출입을 막는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입니다.

완충지대는 코로나를 구실로 탈북자를 막기 위한 국경통제를 강화하자는데 더 중요한 목적이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많은 북한주민들이 배가 고파서 중국으로 탈북 했습니다. 1990년 후반기 탈북한 주민이 몇 십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북한이 중국과 협상을 해서 우리나라 사정이 어려워 그러니 모른 척하고 우리 주민을 받아서 살게 해 달라고 했으면 그들이 남한으로 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긴 그렇게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면 탈북하는 주민의 수가 몇 백만으로 늘어났을 것입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북한주민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살 수 없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서는 더더욱 살 수 없는 주민들은 남한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남한에서 살아본 탈북자들은 자기 가족 형제들을 남한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으로 가는 탈북자들의 수는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김정은 등장이후 첫 번째로 힘을 넣은 것은 탈북행렬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중국으로 탈북은 무조건 남한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으로 가는 탈북자들을 막기 위해 국경봉쇄에 전념했습니다. 우선 국경경비 병력을 늘렸습니다. 북한지도부는 학생들에게 일제시기 일본이 항일유격대의 출몰을 막기 위해 10리에 1개씩 포대를 설치했다고 배워주었는데 그 국경에 자기 주민들을 대상으로 500m에 초소를 하나씩 배치했습니다. 또한 북중 국경선으로 되고 있는 압록강 두만강 연선 전구역에 철조망을 쳤습니다. 그리고 국경근처에 있는 집들을 철거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두만강에서 수해가 나서 집들이 떠내려가자 이를 기회삼아 두만강 연안에서 살고 있던 주민들을 다 이주시켰습니다. 그것으로도 안심되지 않아 이번에는 2키로 미터 완충지대를 설정한 것입니다.

원래 국제사회에서는 두 국가사이에 군사적 대립이 첨예한 지역에 충돌을 완화할 목적으로 비무장지대를 설정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비무장지대가 설치되었던 곳이 많았습니다. 지금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각각 2km 까지 비무장지대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말그대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무장을 금하는 지역이지만 현재 남북은 곳곳에 감시초소를 설치하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비무장 지대 내에 민간인 거주 마을인 남측의 대성동, 북측의 기정동이 있지만 타주민은 물론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입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국경지대의 완충지대는 이름만 다를 뿐 군사분계선의 비무장지대와 같습니다. 지금은 군사분계선 지역보다는 조금 느슨하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앞으로 군사분계선의 비무장지대와 다름없이 될 것입니다.

자국 주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국경에 완충지대를 만들어놓고 주민들에 대한 총격도 마다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 오직 하나 북한뿐입니다. 이는 부끄럽게도 세계에서 제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는 주민이 가장 많은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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