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비핵화로 선회한 이유
2018.03.12
(바로 잡습니다 - 2018년 3월 12일자부터 김현아 칼럼니스트의 직책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으로 정정합니다)
최근 남북의 만남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5일 남한대표단 방북 시 북한은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원래 비핵화는 선대수령의 유훈이었다.”, “대화 기간에는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 등 많은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북한의 약속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994년 핵개발 포기, 북미수교를 대가로 북한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약속한 제네바 협의를 깼습니다. 외부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실제로 북한은 합의할 때부터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명했었습니다. 2007년 10월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러시아의 핵 전문가의 사찰을 받고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절차를 밟기로 한 '10.3 합의'도 북한의 지속적 핵개발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이번에도 회담 직후인 7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시빗거리로 될 수 없다’는 논평에서 “우리 국가는 주체의 핵 강국, 세계적인 군사 대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다”며, “전략 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의 주장대로 좋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해오다가 주민들에게 갑자기 핵을 포기한다고 할 수 없어 그런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편으로 생각하면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북한에서 그러한 글이 허용되었다는 것은 핵 포기 의사가 진심이 아니라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은 물론 남한에서도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전에는 믿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이번에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입니다. 초강경대북제재조치가 취해지고 여기에 국제사회 특히 중국이 동참하면서 북한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적의 봉쇄를 무력화시킨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외국에 파견했던 노동자들이 철수하고 중국 수출도 막히고 중국과 협력해서 돈을 벌던 외화벌이회사들과 기업들이 하나 둘 멎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시장에서 상품가격이 오르고 구매수요가 급격히 감소해서 하루 벌이도 힘들다는 아우성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에게 미국과 일본 남한이 연합하여 북한을 침공하려고 때만 노리고 있기 때문에 허리띠를 조이더라고 국방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수십년 동안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을 지속해왔기 때문에 핵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현재 남한에는 핵무기가 없습니다. 일본도 핵무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전쟁 이후 핵으로 북한을 위협한 적이 없습니다. 남한사람도, 일본사람도, 미국사람도 모두 전쟁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북한지도부가 늘 말해왔듯이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잃을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전쟁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늘 두렵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인가 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핵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전쟁을 일으키면 자신들이 끝장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주민들을 단속통제만 해가지고 정권을 지킬 수도 없습니다. 냉전시기에는 서방과 연계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이어서 북한주민들은 세상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해체되고 이웃인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서면서 북한주민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공급이 끊기고 시장에서 자체로 생존하면서 주민들은 국가를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지도부는 다시 비핵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다시 국제사회를 기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