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닮은 사건

김현아·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8.10.29

지금 국제사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명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알려진데 의하면 쟈말 카슈끄지는 터기의 이스탄불에서 약혼자와의 결혼을 인정하는 공식 문서를 받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실종되었습니다. 터키 경찰은 사우디에서 이스탄불로 온 ‘15인조’가 영사관안에서 카슈끄지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살해의 배후에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권력을 승계하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에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지난해 부패 혐의로 강제 구금한 다른 왕세자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그의 후원자였습니다. 그러나 카슈끄지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차기 왕위계승자로 임명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며 9월부터 미국에 머물러 왔습니다.

카슈끄지는 미국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주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최근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 여성 인권운동가 체포 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핵심 지배층에 가까웠던 인사가 미국에서 반체제 발언을 계속한 것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중대한 위협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살해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은 북한의 김정남 살해사건을 떠올렸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사우디처럼 외국에 사람들을 파견해서 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치명적인 독약으로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살해에 관여했던 북한전투원들이 붙들리자 북한 내에 들어와 있는 말레이시아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그들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빼내서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현 왕세자의 현황은 김정은과 비슷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국이지만 권력승계는 자식이 아니라 형제들에게 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런데 현 국왕인 살만은 왕위 1위 계승자였던 조카를 내치고 친아들을 후계자로 지정했습니다. http://linkback.khan.co.kr/images/onebyone.gif?action_id=5ade1819be3ee08bfbfe2171bf78ac6그러다 보니 권력이 불안정해서 그런지 형들을 부정부패혐의로 구금하고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 이유도 혈통입니다. 그런데 김정남은 김정일의 적자였을 뿐 아니라 맏아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김정남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주장했고 북한의 통치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존재자체가 김정은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졌습니다. 김정은은 고모부를 처형하고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사형에 처하는 등 간부들을 가혹하게 처벌해왔습니다.

사우디의 왕자는 32살이고 충돌적이고 과격한 성향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비자를 허용하기로 했고, 홍해 연안에는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는 관광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는 여성의 운전과 스포츠 관람을 허용했고,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젊은 나이에 권력에 등극했고 성격도 사우디왕자와 비슷합니다. 김정은은 최근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최대 위기에 몰렸습니다. 사우디의 주가가 폭락했고 사우디가 투자유치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비해왔던 국제투자회의인 미래투자 이니셔티브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던 서방국가의 장관들이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사우디에 5000억원에 달하는 무기를 팔려던 독일은 수출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독재자는 이름과 다르게 겁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와 권력을 가진 자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언론인, 형을 살해한 현실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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