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자충수가 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12.04
[김태우] 자충수가 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지난해 말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남북이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 고착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2023 12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는북남관계는 더 이상 통일을 해야 할 동족관계가 아니고 전쟁 중인 두 교전국이므로 남한을 정복 평정할 대사변을 준비하라고 선포했습니다. 이어서 2024 1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 10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도 민족, 통일, 화해 등의 표현을 삭제하고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국경 조항을 삽입하는 헌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선언은 남북에 혼란을 초래했고, 평양정권에게는 자충수가 될 것 같습니다.

 

‘두 국가론’ 이후 북한은통일, 동족, 화해등의 개념과 흔적을 지우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북한 애국가 가사에서삼천리라는 표현을 삭제했고, 평양 지하철의 통일역의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대남 기구들도 해체하고 있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 범민족연합, 민족화해협의회, 조평통,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 국제관광국,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등을 모두 해체했습니다. 대표적인 대남협상 기구인 통일전선부도 대적 지도사업을 관장하는 '당 중앙위원회 10'으로 개칭했습니다. 한국이 개성공단에 전력을 보내주었던 송전선도 잘랐습니다. 이와 함께 선대 지우기와 김 위원장 우상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서린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자 북한의 최대 명절인태양절 ‘4월 명절또는 ‘4·15’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온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평양 정권이 커지는 체제 불안감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직계 후손인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데다, 핵개발과 군사력 증강으로 인한 경제적 빈궁 때문에 원성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 내부 결속을 위한 외부 긴장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미리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말한국경문제라는 것은 서해의 실질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셋째, 대남 핵위협 또는 핵사용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을통일대상인 동족이라고 하면서 핵을 사용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 인민들도 수긍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을1의 적대국가 겸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인민들은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민족통일이란 김일성 주석이 창시한 지상과제이자, 동시에 상시화된 전시동원 체제의 고통과 가난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들을 수령독재 체제에 묶어 둔 세뇌 도구였습니다. 이것을 폐기하는 것은 권력세습의 최대 수혜자인 김 위원장 자신의 정당성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체제에 충성했던 엘리트 계층은 선대의 유훈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에 대해 실망과 혼란을 느낄 것이며, 폐쇄적인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외부세계를 동경해 온 젊은층에도 좌절감을 줄 것입니다.  

 

남쪽에서도 친북적인 언행을 해오면서 스스로를 ‘통일역군으로 자칭해온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연방제 통일과 주체통일을 노리면서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민족 자주 등을 강조해온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에 동조하는 것을평화통일로 위장했던 주사파와 관련 단체들은위장용 간판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을정복하고 평정해야 할 대상이라고 선언한 마당에확고한 안보를 강조하는 사람들을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지난 9 19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전대협 출신으로 전임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임 모 씨가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언행들을 스스로 부정하면서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내려놓고 두 국가론을 수용하자며 말을 바꾼 것은 이런 혼란과 고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발언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은 당장은 북한 엘리트층과 군인 그리고 인민들의 북한 이탈을 막고 정권의 안위를 담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조금만 더 멀리 보면 정권의 정통성 자체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권력세습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것이고, 남쪽에서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민족통일남북 화해라는 기치를 내걸고 친북 활동을 해온 인사들은 앞으로 어떤 주장과 논리를 내세워야 하는지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적대적 두 국가론은 평양 정권에게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