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핵실험과 백두산 화산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11.13
[김태우] 북한의 핵실험과 백두산 화산 백두산 천지연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의 무모한 행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만 미국을 위협하는 신형 대륙간탄도탄화성-19을 발사하고 여러 발의 방사포도 쏘았으며, 이제는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핵실험을 해온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이 유일한데다, 인민 경제를 위해 내치에 힘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핵실험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불러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안보 차원에서도 북한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을 유발할 것입니다. 협소한 국토 여건, -중 및 북-러 국경과 가깝고 인근에 거주지역이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지리적 여건도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모두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 연관성을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추가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을 자극하여 한반도에 참화를 자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화산 관측소들이 발표했던 자료에 의하면, 백두산은 2000년대 초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습니다. 매년 10회 정도 발생하던 미진이 2002년부터 250여 회로 급증했고, 헬륨가스 배출도 눈에 띄게 늘었으며, 당시 현장을 조사한 도쿄대 연구진도 지하수에 다량의 헬륨이 포함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백두산 아래의 마그마에 폭발성이 높은 헬륨이 많다는 의미였습니다. 인공위성 측정 결과, 백두산의 높이도 2003년에 4.6cm 그리고 2004년에 1.8cm 높아진 사실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중국 정부는 백두산 인근 도시들에게 화산 폭발에 대처하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07년부터는 마그마 활동이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일단 당장 폭발할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중국의 지질연구소들은 서기 928년에서 940년 사이에 대폭발이 있은 후 현재까지 약 1천 년 동안 백두산 아래에 다시 마그마가 축적되어 지금은 지하에 4개의 마그마방이 형성되었고 그중 하나는 지하 5km까지 차오른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1천 년 전에 백두산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켰다는 것은 백두산 일대의 탄화목, 즉 숯덩이가 된 나무조각들을 탄소 연대측정기로 조사한 결과 밝혀낸 사실입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지질학자들은 백두산이 조만간 화산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하며,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2000년대 초반의 화산활동 증가를 촉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백두산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천지 연못에는 팔당댐 수량의 10배에 달하는 20억 톤의 물이 담겨 있는데, 이 물은 백두산의 유문암질 마그마와 만나 폭발을 촉발할 수 있으며, 폭발 후에는 대홍수를 일으킬 것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화산재는 대부분 함경도와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날아가는데, 백두산 주변에는 1m 이상 그리고 함경북도 전역에는 5cm 이상 쌓일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북한의 피해는 엄청날 것이어서 함경도 일대의 농토, 주택, 공장 등은 모두 수몰되거나 화산재에 파묻히며, 항공기 운항 차질, 교통 및 물류대란, 호흡기 질환 확산, 농작물 냉해, 정밀기기 산업 피해 등은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도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2005년 북한의 조선환경자연보호기금은 일본 화산학회에 화산 폭발 가능성을 문의하고 연구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으며, 2011년에는 남북이 전문가회의에서 만나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공감했지만 이후 북한의 무성의로 회의는 이어지지 못했고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 열린 남북 보건환경회의에서는 북한은 연구지원과 함께 백두산 주변에 지진계를 설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 후 평양에서 열기로 했던 공동연구를 위한 실무회담이 무산되면서, 백두산 화산 연구를 위한 남북협력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해서는 천년 주기설, 백년 주기설, 2025년 대폭발설 등 각가지 과학적, 비과학적 추정이 난무합니다. 그럼에도 백두산이 화산활동을 계속하는 활화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며, 핵실험이 화산 폭발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또는 남쪽을 향해 핵사용을 위협한다면 그것이 과연 인민과 미래 세대를 위하는 길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남북이 함께 화산연구를 수행하고 함께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것이 남북이 공존해야 하는 한반도를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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