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평양 무인기 사태와 북한의 긴장고조
2024.10.16
북한이 한국발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광기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11일 북한 외무성은 중대성명을 통해 "10월 3일, 9일 그리고 10일에 걸쳐 한국발 무인기가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하여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발표하고 "영공 침범은 자위권 행사의 명백한 대상이므로 국방성과 총참모부 그리고 각급 군대는 모든 공격수단들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튿날에는 총참모부가 작전예비지시를 통해 “전시정원 편제대로 완전무장한 8개의 포병여단을 13일 20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시키고 각급 부대의 감시경계 근무 강화 및 평양 일대의 반항공 감시초소 증강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노동신문은 “전체 인민이 총분기하여 기적적 승리를 떠올리자”, “한국 괴뢰들의 특대형 도발범죄로 인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등 자극적인 문구들을 실었고, 관영 텔레비전은 평양 시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거리 곳곳에 부착된 무인기 침투 보도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남 적개심을 한껏 끌어올리는 선전선동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의 합참은 일단 “한국군이 무인기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했고 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 무인기 보도와 내부선전은 북한이 평양 방공망의 약점을 자인하는 것이어서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분석과 추측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우선 국민들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개월 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6천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고, 지난 10년 동안 10회 이상 서울과 남한 전역에 무인기를 침투시켰지만 한 번도 도발을 시인한 적이 없습니다. 2014년에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그리고 백령도에서 무인기들이 추락했고, 2017년에는 금강산 부근에 그리고 2022년 12월에는 군용 무인기 5대를 침투시켜 서울과 인천 영공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한국군은 북한제 표시가 선명한, 추락한 무인기 잔해와 카메라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수백 장의 사진들까지 공개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이번 평양 무인기 사태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에서 북한의 자유화를 위해 활동하는 탈북민 시민단체들이 보냈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국군이 이를 확인해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즉, 북한이 자신들의 무인기 도발에 대해 시인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북한이 한국군이 보냈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공중에 뜬 무인기 사진 한 장을 달랑 공개하고는 한국을 향해 비방과 위협을 가하는 것이 적반하장이라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좀 더 분석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느닷없이 통일, 민족 등의 개념을 폐지하고 ‘두 국가론’을 선언한 것을 탈북 방지 및 체제 유지를 위한 방어적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두 국가론’ 선언 이후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길을 끊고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치고 요새화 작업을 하는 등 자국민의 이탈을 방지하는데 혈안인데, 특히 젊은 세대와 군인들의 동요에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작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이제는 K-POP과 K-문화에 이어 K-문학까지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거대한 감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통일이나 민족 개념을 포기하는 것은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이나 주체통일 목표와 상충되는 것이어서 북한의 기성세대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체제 이탈을 막고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그 과정에서 누가 보낸 것인지도 모르는 무인기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향해 시빗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수백 개의 텔레비전, 케이블 TV, 라디오, 신문들이 있고 헤아릴 수도 없는 각 단체들의 소식지와 수천 개의 개인 유튜브 뉴스들이 나돌고 있는 한국에서는 정부가 특정 사실을 정부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면 오히려 언론의 질타를 받지만 관영 매체만이 존재하는 북한은 딴판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에는 일반 주민이 접할 수 있는 텔레비전이라고는 조선중앙, 만수대, 룡남산 TV 등에 불과합니다. 중앙지 신문이라 해봐야 노동신문, 민주신문, 청년전위 등에 불과하고 각 도의 노동당위원회에서 발행하는 10여 개 지방지가 있지만, 보도 내용과 사진 하나하나까지 모두 검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평양정부가 원하는 소식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필요하면 언제든 대내적 선전선동을 벌이고 주민들의 적개심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관영 매체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식만 들려주고 공연한 적개심을 부추길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사실이 결코 자랑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