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화성-19’ ICBM 발사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11.06
[김태우] 북한의 ‘화성-19’ ICBM 발사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김정은이 지난달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시험발사 현장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북한은 이날 화성포-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비웃듯 북한이 또 미사일을 쏘았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15일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폭파했고 17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하여 서울작전지도 펼쳐 놓고 "주권 침해 시 조건에 구애되지 않고 물리력을 사용하겠다"면서 유사시 서울 공격계획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신형 대륙간탄도탄까지 쏘면서 외부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에도 한껏 전쟁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10월 31일 오전 7시 10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평양 근처에서 발사된 ‘화성-19형’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미사일이 고각으로 발사되어 최대 정점고도 7687.5km, 비행거리 1001.2km, 비행시간 85.9분(5156초) 등을 기록한 후 동해 공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가 맞다면 북한이 발사해온 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와 긴 비행시간을 기록한 것이며, 정상 각도로 발사된다면 사거리가 15,000km에 달하여 미국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발사 다음날인 11월 1일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듣기에 민망스러운 자화자찬을 쏟아냈습니다. “세계최강의 위력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남김없이 과시했다”, “핵무력의 절대적 강세를 과시하는 이정표였다” 등의 극찬을 쏟아낸 것입니다. 2일에는 노동신문도 “화성-19형 발사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한 외무성 성명을 소개했고 “당과 국가정책의 제1순위는 언제나 후대들을 위한 시책”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해온 ‘미래세대 중시 정책’을 선전했습니다. 이로서 북한은 세계에서 미사일을 가장 많이 쏘는 나라답게 2024년에만 19차례에 걸쳐 약 64기의 각종 발사체를 쏘면서 미사일 발사의 누적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의 이런 도발에 러시아가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거의 같은 시간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최선희 북한 외상은 “러시아가 승리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군 파병에 감사를 표하면서 “조선반도의 정세 격화의 원인은 미국과 추종국가들의 도발행위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반대로 우크라이나 파병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더욱 고립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토록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를 지나친 인권 탄압, 식량 부족, 에너지 부족 등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을 수습하고 정권의 안정성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전상자, 탈영자, 투항자. 귀순자 등이 속출하는 경우 북한 내부에서 일어날 원성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 외부 긴장을 조성하고 내부에도 전쟁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대를 위한 정책’을 강조하는 주된 이유도 체제에 충성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K-팝 등 외부 문화를 동경하는 북한의 젊은 세대들에게 외부 문화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체제 방어적 몸부림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국회 감사보고에 의하면,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 군인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입단속을 하면서 가족에게는 “훈련에 간다”고 거짓말을 시키는 등 보안 대책에 고심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분석가들은 “정권이 돈을 챙기기 위해 젊은 목숨들을 사지로 보내고 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북한의 해외 파병과 미사일 발사가 더욱 고립을 자초할 것이 분명해 보이며, 11월 3일 제주도 인근 상공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이 그 증거입니다. 이 훈련에는 미국의 B-1B 초음속 폭격기가 한국 공군의 F-15K와 KF-16, 미 공군 F-16,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등 3국의 전투기들과 함께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B-1B는 최고 속도 마하 1.25로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전개할 수 있으며, 57톤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연합훈련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특히, 제주도 동쪽에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이 중복되고 있어 분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훈련은 바로 이 중첩 구역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그만큼 북핵 위협 대응을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합참은 이번 훈련이 B-1B가 한미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계획된 공역으로 이동하여 가상의 표적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유사시 북한의 이동발사대 등 핵무력을 타격하는 훈련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파병 때문에 세계의 규탄을 받고 있는 북한입니다. 평양 정권이 미사일 발사를 자랑하는 동안 북한과 북한 인민들은 점점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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