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인천상륙작전 73주년
2023.09.27
1950년 6월 25일 기습 남침을 개시한 북한 인민군은 나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단숨에 대전을 거쳐 호남지역을 장악합니다. 1950년 9월 15일의 인천 상륙작전은 낙동강 전선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인민군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중에 반전의 기회를 엿보던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펼친 회심의 반격 작전이었습니다.
크로마이트 작전(Operation Chromite)으로 명명된 이 작전을 위해 맥아더 장군은 미 제10군단, 해병 제1사단, 한국군 제17보병연대, 한국 해병 제1연대 등 7만 5천 명의 병력으로 상륙군을 편성하여 북한군의 보급선을 차단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하여 9월 15일 새벽 한국해군의 첩보부대가 팔미도 등대를 점령하고 불을 밝히자, 인천 앞바다를 가득 메운 261척의 함정들은 상륙군과 장비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상륙군이 세 갈래로 나뉘어 내륙을 향해 진격하고 이에 발맞추어 낙동강 전선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자, 보급로가 차단된 북한군은 황급하게 북쪽으로 달아나야 했습니다. 이후 중공군 개입으로 전세가 다시 바뀔 때까지 북한군은 함경북도까지 정신없이 내몰렸습니다. 그것이 6·25 전쟁 초기에 전쟁의 판도를 바꾸었던 인천상륙작전이었습니다.
2023년 9월 15일 한국군은 20여 척의 함정을 동원하여 73년 전 역사적인 상륙작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거행했는데, 미 해군과 캐나다 함정들도 참가했습니다. 행사에는 3천300여 명의 장병과 참전용사들이 참가했으며, 국민 참관단은 한국 해군의 독도함과 노적봉함의 함상에 마련된 관람석에서 상륙작전이 재현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독도함은 전장 199m의 14,000톤급 대형 상륙지휘함으로 헬기는 물론 수직이착륙 F-35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항모입니다. 노적봉함은 4,900톤급 주력 상륙함(LST) 중 하나입니다.
행사가 시작되자 우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헬기 편으로 노적봉함에 착륙하여 기념사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은 조수간만의 차이 등 불리한 전투 여건과 성공 확률 5,000분의 1이라는 우려를 극복하고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켜 침략자들을 압록강까지 밀어붙인 자랑스런 자유수호 작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노적봉함 함상에는 인천 상륙에 참여했던 한국 육군 17연대 및 북한군 점령지에서 첩보활동을 벌였던 미군 켈로(KLO) 부대 등의 생존 노병들도 초청되었습니다. 인천상륙 후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을 두루 거친 당시 미 해병 일등병 빈센트 소르렐로 씨 부부, 하와이 이민의 후손인 한인 2세로 미 육군 소위로 참전했던 알프레도 킴 씨, 역시 상륙작전에 참가했던 한국 해병의 이서근 예비역 대령 등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백발의 노병들이 참가하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자유를 지켜주어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올해 101세인 이서근 예비역 대령은 “배 위에서 인천을 바라보면서 내가 죽을 장소가 인천이구나” 라고 중얼거렸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그리고는 4,400톤급 구축함 왕건함, 2,500톤급 호위함 경남함, 다수의 상륙정과 헬기 등이 동원되어 상륙작전과 기뢰대항작전을 재현했습니다. 이어서 열린 해상사열에서 서애유성룡함, 천지함, 해양경찰청함, 윤영하급 유도탄 고속함, 참수리급 고속정 편대,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 캐나다 해군의 밴쿠버함 등이 차례로 위용을 과시하자 독도함 갑판 위에 운집한 참관단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서애유성룡함은 7,600톤급의 이지스 구축함이고, 천지함은 4,200톤급 군수지원함이며,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은 워트제트 엔진에 40노트의 속력 그리고 대함 유도탄과 함포를 자랑하는 570톤급 중무장 고속함으로서 2002년 북한 해군의 제2차 연평해전 도발로 전사한 고속정 정장 윤영하 소령을 추모하여 건조한 차세대 고속함입니다. 아메리카함은 전장 257m의 4만 5천톤급으로 강습상륙함으로 불리지만 가공할 화력에 F-35B 전투기를 운용하는 사실상의 항공모함이며, 밴쿠버함은 캐나다 해군의 5,000톤급 호위함입니다.
이 행사에 대해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패전의 역사를 승전으로 둔갑시키는 패자들의 유치한 광대극”이라고 폄하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은 미제가 참패한 전투였다‘고 선전했습니다. 이런 선전은 말 그대로 선전일 뿐입니다. 모쪼록 남과 북이 만나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면서 함께 평화를 다짐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공동 개최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