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2024.06.05
[김태우]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5 26, 27일 서울에서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총리, 중국의 리창 총리 등 세 나라의 정상들이 만나 회의를 했습니다. 한중일 3국이 정상회의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는데, 여덟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린 후 지난 4년 반 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이번에 제9차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입니다. 그동안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도 원인이었지만, 신냉전과 북한의 핵무력 증강 및 긴장 조성으로 인해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중국의 군사훈련도 이 시기에 회의를 개최하는데 장애가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은 대만의 신임 총통이 취임한 직후인 23, 24일에 '연합 리젠(利劍) 2024 A'로 명명된 군사훈련을 실시했는데, 이는 대만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정파의 지도자인 라이칭더 총통을 압박하기 위한 사실상의 침공 연습이었습니다. 인민해방군은 대만섬과 대륙에 붙어있는 대만령 섬인 진먼다오와 마조를 포위한 상태에서 항모와 함정들을 동원하여 합동 해상전투, 공중 전투태세 점검, 정밀 타격 등을 연습했는데, 실제로 대만에 상륙하는 것만 빼고 모든 침공 연습을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정상회의 재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을 설득했고 이를 위해 외교장관을 중국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중국도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3국 정상회의는 38개 항에 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주요 내용으로는 3국 간 협력 잠재력 인정, 3국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의 정례화, 인적교류·기후변화 대응, 경제・통상·재난구호・초국경범죄 예방을 위한 협력, 교육・문화・관광·스포츠·통상·보건·농업에서의 협력,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FTA를 통한 경제교류 가속화 노력 등이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대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인 지역안보와 평화 문제는 심도있게 다루지 못했는데, 이는 각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북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통한 중국 팽창주의 견제, 북핵 위협, 북한의 일본인 납치 등이 관심사였지만 중국은 한미일 안보공조 강화를 저지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을 것입니다. 한미일 공조를 초래한 원인은 중국의 무력의 의한 현상변경 시도와 국제법을 무시한 분쟁 야기 그리고 북핵 두둔 등이지만, 중국이 그렇게 인정할 리는 만무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제35조에서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임을 재확인했고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재강조했다고 기술하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세 나라가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인적교류 확대, 기후 변화 대응, 경제·통상 활성화, 문화관광 교류 확대, 재난구호·마약퇴치를 포함한 초국경적 문제들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것은 유의미한 진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3국 정상회의에 즈음하여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참으로 실망적이었으며, 일부 분석가들이 북한이 중국과 한국에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북한은 정상회의 폐막일인 27일에 맞추어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했고, 이어서 수일 동안 한국을 향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하고 오물풍선을 날려보냈으며 십수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펼쳤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군에게 탄약과 무기를 보내고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받으면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을 보여왔는데, 중국이 이를 탐탁지 않게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한국, 일본과 정상회의를 가지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석가들이 북한의 행동을 일종의 몽니로 보는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도발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망신을 자초한, 추악한 회색지대 전략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담배꽁초, 가축분뇨 등 쓰레기들을 수백 개의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남쪽으로 보낸 것은 북한 주민들이 생각해도 망신스러운 행동일 것입니다. 한국군이 대응했더라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이웃나라들이 서로 협력하고 왕래하면서 살고 있는데, 남북한은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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