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정점 지나 쇠퇴하는 중국의 위험성
2024.05.15
2010년대 동안 ‘중국의 미국 추월론’이 유행했었습니다. 즉, 중국의 경제력, 군사력, 과학력 등이 미국을 초월하여 최강의 패권국이 된다는 것이었고 중국 스스로는 이것을 ‘중국몽’이라고 불렀습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도 유행어였습니다. 즉, 한 도전국이 급속히 부상하면 쇠퇴하는 패전국이 불안을 느껴 도전국을 제압하려 하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것이 2500년전 펠로포네소스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중 간 전쟁이 우려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전망을 내놓았던 싱크탱크들이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국 초월은 불가능하고, 중국이 정점을 지나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포스트 피크 차이나의 위험성’이라는 가설입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초고속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급속히 군사력을 키웠습니다. 2010년대 시진핑 시대가 열리면서 ‘신형 대국관계’라는 새로운 대외정책의 패러다임을 내세우면서 군사, 기술, 해양, 우주, 반도체, 사이버, 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면서 중국몽을 키워왔습니다.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해군력에 도전하고 주변국들에게 고압적인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으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키우고자 했습니다. ‘전랑외교’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수직적 질서를 요구했고, 남중국해의 90%를 중국의 영해로 선포하면서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습니다. 전랑외교는 한반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두둔하면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저지했으며, 북핵에 위협을 느낀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 시스템을 배치하자 한국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제재를 가했습니다. 이런 중국을 바라보면서 세계은행,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도이치뱅크 등 유수의 경제 싱크탱크들은 2020~30년대 동안 중국이 GDP 1위의 최강국이 된다는 전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랬던 그들이 최근에는 중국의 미국 추월 시점이 늦어지거나 영원히 불가하다는 쪽으로 전망을 바꾸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연구소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30년대에 미국을 앞서지 못하면 미국 추월은 영영 불가능하다고 보며, 하버드대의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은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율의 급격한 둔화, 내수의 위축, 과도한 금융부채, 인구의 노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 민간기업에 대한 중국공산당(CCP)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기업활동 제약과 외국인 투자의 유출, 강제적 소득분배, 고질적 부패 문화,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정치 특권층과 서민 사이의 극심한 빈부 차이 등입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등장한 가설이 ‘포스트 피크 차이나’의 위험성(리스크)입니다. 쇠퇴하는 중국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정점을 지나 쇠퇴국면에 들어선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공산당 정부가 체제단속과 독재를 강화함으로써 경제적 추락을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최근 반간첩법, 대외관계법 등을 제정하여 외국인 투자와 외국인의 중국관광을 위축시키는 것도 그 실례일 것입니다.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서 중국 관광을 기피하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중국의 국익을 위해하면 처벌한다”는 반간첩법을 이용하여 누구든 구속하거나 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할 브랜즈 교수는 2021년 「포린폴리시(FP)」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집권자들은 중국이 정점을 지나 쇠퇴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날수록 현상을 변경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위험한 도박을 감행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그것이 ‘포스트 피크 차이나의 리스크’입니다. 사실 1914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도발이나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도 이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 한반도, 중국으로 제국의 판도를 넓혀가던 일본이 에너지 자원의 흐름을 막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자원봉쇄에 부딪히자 더 기다리다가는 기회가 없어진다는 강박감으로 미국을 공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은 한반도에서도 설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백두혈통 체제가 무탈하게 4세대, 5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 주민의 삶을 희생시키면서 군비증강에 몰입하는 현 상태를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는가, 북한만이 핵을 가진 현 핵비대칭이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한국과 서방의 대응이 강화, 정착되어 현상을 변경시킬 기회가 사라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국의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세계는 ‘포스트 피크 차이나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고 한국은 ‘포스트 핵비대칭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들이 나돌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