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북핵 문제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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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핵문제 연례보고서를 인용하여 북한이 7월초부터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8월 30일에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최근의 위성사진을 통해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영변 핵시설에서 구룡강으로 연결되는 수로에서 냉각수가 방출되는 것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두 장도 공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7일 청와대는 남북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다시 연결되었다고 발표하면서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이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때 정치권에서는 “통신 채널이 끊긴 상태에서 어떻게 친서를 교환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영변 핵시설 재가동 소식에도 정치권에서는 정부를 향해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된 것을 진작에 알고 있으면서도 남북관계를 의식하여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죠. 다시 말해, 일반국민은 <월스트리트저널>과 <38노스>가 보도를 했을 때 비로소 알았지만 정부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 아니냐 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추적해온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을 문제 삼거나 정부가 그 사실을 더 일찍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들은 핵심 문제가 아니며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핵합의에 서명하여 플루토늄 경로를 통한 핵무기 생산 활동을 동결하면서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멈추었지만, 이후 북한이 농축 경로를 통한 핵무기 개발을 위해 파키스탄과 비밀리에 접촉하는 정황이 포착되어 제네바합의가 깨지자 다시 핵시설들을 가동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6자회담 동안 핵시설들에 대한 폐쇄와 봉인 그리고 불능화에 합의하면서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지만 사찰의 방법과 강도를 놓고 미∙북 간 이견이 노정되어 6자회담이 좌초되자 2007년에원자로를 재가동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2018년 북한의 평화공세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활발한 핵 정상외교를 벌이는 동안 다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북한은 이미 최대 60여 개의 핵무기를 가진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며 진작부터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고 막무가내식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왔습니다. 그러니까 핵무기를 생산하는 이상 핵무기 원료가 필요할 것이고 그래서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기도 하고 다른이유로 일시 중단하기도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문제의 몸통은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것이며 원자로 재가동은 그에 수반되는 부수적 문제일 뿐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국 정부들은 때로는 유화정책을, 때로는 강경정책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했지만 북한은 마이동풍이었습니다. 제네바핵합의와 6자회담에서 보듯 북한은 대화를 하면서도 뒤로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중전략을 포기한 적이 없었습니다.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평양정부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핵동기라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는 내부적으로는 정권의 권위를 고양하는 선전 수단이고 남쪽을 향해서는 한반도의 군사균형을 무너뜨리고 한국을 핵 인질로 만들어 남북관계를 지배할 수 있는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무기이며, 동시에 최강국 미국과 ‘외교적 맞짱’ 뜰 수 있게 해주는 요술 지팡이입니다. 게다가 중국까지 북한의 핵보유를 비호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노력하기보다는 우리도 북핵 위협에 상응하는 수단을 갖추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전술핵이 다시 한반도나 인근에 재배치되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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